영업이익 급감에도 대기업 고용은 증가, ‘다음 사이클’ 위해 수천 명 고용 늘린 반도체·이차전지 기업들

코스피 50대 기업,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 62% 줄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 업황 반등 전망 따라 고용 늘려 ‘IT·금융·유통’ 등은 침체 대비해 고용 축소, 스타트업계는 고용 불안 가중

160X600_GIAI_AIDSNote
경기도 수원의 삼성디지털시티/사진=삼성 뉴스룸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영업이익 감소에도 고용을 크게 늘렸다. 중국발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 등의 실적 악화에도 추후 경기 사이클 반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용 규모를 대폭 늘린 정보기술(IT) 등의 산업군에선 경기 침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 채용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폭 늘었어도 ‘성장’ 위해 고용 늘렸다

올해 상반기 금융사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14조1,251억원으로 전년 동기(37조2,197억원)보다 62%나 줄었다. 반도체 불황 사이클과 중국발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 등으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95.3%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도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 성장세가 주춤하면 당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사라진다는 통념과 반대로 올해 2분기 말 기준 50개 기업의 직원 총합은 57만1,328명으로 전년 동기(55만7,774명)보다 1만3,554명이나 증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실적 악화에도 8,000명 가까이 고용을 늘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 수는 12만4,070명으로 1년 새 6,166명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도 직원 수를 1,622명이나 늘렸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업체에서도 일자리 3천 개 이상 순고용이 늘었다.

실적 악화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린 것을 두고 업황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 대부분 저성장 국면에선 고용을 늘리지 않지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반도체 업황 반등 등의 전망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를 눈앞에 둔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고용을 확대한다“면서 “특히 반도체 업계에선 다음 경기 상승 사이클을 대비해 채용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력 산업 밖에선 전반적으로 고용 줄이는 분위기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과 달리 IT 및 전기전자 업종 등의 다른 산업군에선 경기 침체 조짐에 고용이 줄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T전기전자 업종은 작년 상반기보다 순고용이 974명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유통(-756명), 증권(-301명) 업종도 상반기 순고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올 상반기 순고용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LG이노텍(-2,665명)이다. 이어 LG디스플레이(-1,201명), 이마트(-773명), 한국도로공사(-589명), 기아(-453명), 국민은행(-432명), 롯데쇼핑(-425명), 홈플러스(-394명), 한국마사회(-384명), 카카오엔터테인먼트(-383명) 순으로 순고용이 감소했다.

특히 IT 업계의 고용 축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플랫폼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통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는 올해 초 진행 중인 개발자 수시 경력 채용 절차를 최근 갑자기 중단함에 따라 업계 지원자들의 공분을 샀으며, 네이버도 올해 하반기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내 IT 업계 한 개발자는 “플랫폼에서 그간 공채를 통해 개발자를 많이 뽑은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투자 시장까지 침체를 이어가면서 올해는 전반적으로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스타트업들 몸집 줄이기에 ‘고용 불안’ 심화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3% 감소했다. 이처럼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자 스타트업들도 고용을 줄이며 비용 통제에 나서고 있다.

고용 축소에 나선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IT 스타트업들이다. 실제로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전 계열사 24개 직군에서 300여 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경력 3년 이하 개발자 공채 프로그램을 50여 명으로 축소했다. 지난 2021년 180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해 성장의 박차를 가했던 당근마켓도 올해 60여 명으로 채용 규모를 줄였다.

이에 따라 IT 업계 전반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고·권고사직·실업급여·구조조정·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배나 증가했다. 특히 권고사직 검색량은 9.3배 늘었으며, IT 업계 재직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은 5.9배 늘었다.

국내 한 메신저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는 “올해 고용을 축소한 스타트업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벤처투자 시장 호황기에 개발자 등 인력을 대거 채용한 업체들”이라면서 “경기 둔화에 인건비 부담이 늘자 채용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