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모두 국내 ‘1위’ 지위 위협받는 중, 민-관 모두 각성해야

토종 IT 기업 서비스, 美 빅테크 기업에 잠식 중 카톡-유튜브 월간 사용자 수 고작 40만 차이 10~30대에선 이미 유튜브 1위인데, 정치권은 규제에 혈안

160X600_GIAI_AIDSNote
사진=pexels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카카오 등 한국 토종 플랫폼 기업 간의 국내 시장 점유율 차이가 급격히 좁아지고 것으로 나타났다. 미 빅테크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 모두의 조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격차 감소 추세

지난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모바일 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지난달 4,155만8,838명의 MAU를 기록하며 국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유튜브가 4,115만7,718 MAU를 기록, 불과 40만1,120명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톡과 유튜브의 MAU 차이는 올해 들어 계속 좁혀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약 50만 명이었고, 지난달에는 40만 명으로 줄어들면서 모바일인덱스가 안드로이드와 iOS 데이터를 통합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작은 격차를 기록했다. 이같은 격차 축소의 배경에는 특히 30대의 사용자 선호도 변화가 꼽힌다. 10대와 20대의 경우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선택한 반면 30대 이상은 카카오톡을 선호했다. 하지만 5월과 7월에는 30대 연령층에서도 유튜브가 1위로 올라섰다.

음악 플랫폼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국내 대표 음악 플랫폼 멜론은 지난달 MAU 665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모바일 음악 시장에서 1위를 수성했다. 하지만 580만 MAU를 기록한 유튜브 뮤직과의 격차는 84만 명에 불과했다. 두 플랫폼의 MAU 차이가 100만 명 이하로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브는 월간 총사용 시간과 활성 기기 대수 지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카카오톡과 네이버를 앞질렀다. 지난 7월 국내 사용자들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약 15억2,900만 시간으로 카카오톡보다 무려 2.9배나 많았다. 활성 디바이스 수에서도 유튜브가 4,195만 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이 뒤를 이었고, 네이버는 395만9,000대로 뒤처졌다.

웹 검색 엔진 역학 관계

심지어 국내 웹 기반 검색 엔진 시장에서도 네이버의 오랜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소셜 네트워킹,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토종 플랫폼의 지위가 위태롭다. 티빙·웨이브보다는 넷플릭스, 밴드·카카오스토리보다는 인스타그램·트위터가 선호되는 것이 현실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한 데다 각종 이슈에 휘말린 탓에 국내 시장 입지가 좁아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이슈 대응이 미흡해 고객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자사 상품·서비스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기간 기능 중단을 일으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 5월 기준 네이버의 점유율은 56%로 급락했고, 구글은 9%에서 35%로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주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TV 및 카카오 TV와 같은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심지어 국내 플랫폼에는 국내 주요 정당의 공식 채널도 없다. 토종 동영상 서비스가 외산에 밀려 영영 사라질 위기지만, 이 순간에도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급급하다.

또한 국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인상한 반면,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에 애드온으로 포함됨에 따라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혜’는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는 각종 규제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 IT 업계는 ‘특혜’는 차치하고서라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차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규제’가 아니라 ‘족쇄’라며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 달라고 토로한다.

실제로 국내 IT 기업을 향한 규제안은 지속 발의되고 있다. 반면 독과점 문제가 있어도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게 사업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무조건 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은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이렇다 할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 디지털 플랫폼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변화하는 사용자 선호도, 규제 문제, 글로벌 플랫폼의 강력한 전략이 결합되면서 디지털 환경이 재편되고 있다. 한국 디지털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