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빌보드 HOT 100”,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예측한다?

매일 쏟아지는 신곡들, 97% 정확도로 히트곡 예측하는 AI 등장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의 만남으로 이뤄낸 혁신 일각에선 적은 표본 수, 웨어러블 기기의 한계, 윤리성 문제 등 연구에 대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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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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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매일 새로운 곡은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어떤 곡이 이른바 ‘빌보드 차트’에 오르게 될지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이 공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클레어몬트 대학교 신경경제대학원 폴 잭 교수가 발표한 ‘신경생리학 및 머신러닝을 활용한 정확한 히트곡 예측’에 따르면, 청취자의 뇌 활동 데이터 기반의 비선형 패턴매칭(non-linear pattern matching) 알고리즘을 활용해 노래가 히트할지 여부를 97%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계에선 해당 연구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된 데이터의 오차 가능성, 적은 표본 수 등으로 인해 연구 결론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경예측’으로 높은 정확도의 예측 가능했다

기존 음악 산업에서 AI를 활용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유수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곡 중 히트곡을 선별하기 위해 청취 데이터 및 알고리즘을 활용해 왔으나, 정확도는 50%를 넘기지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일각에선 “차라리 동전을 던져 맞추는 게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폴 잭 교수가 발표한 연구는 무려 97%의 정확도로 히트곡을 예측해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해당 연구는 노래의 템포, 장르 등의 고유한 특성이 아닌, 청취자의 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훈련 시켰다는 점에서 여타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기존 시도들과는 차별된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진들이 강조한 단어는 ‘신경예측(neuroforecasting)’이다. 신경예측이란 사람의 현재 뇌 활동을 기반으로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신경과학 분야의 용어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폴 잭 교수는 “다양한 노래에 대한 청취자의 신경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했다”며 “이같은 청취자의 뇌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음악 선호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 신경과학 연구와 차별되는 대목, ‘웨어러블 기기’ 통한 효율적인 뇌 활동 데이터 수집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실험 참가자들의 음악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반응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심박수로 측정했다는 점이다.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의 연구는 보통 뇌의 메커니즘을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fMRI(자기공명영상) 또는 EEG(뇌파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은 높은 비용이 든다는 점, 음악 청취로 인한 뇌 신호 변화를 감지하는데 몇 초간 지연이 발생하는 점 등의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상쇄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했다는 게 폴 잭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선 폴 잭 교수의 이같은 파격적인 시도에 대부분 회의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심박수 활동이 뇌 활동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 웨어러블 기기의 측정 정확도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인해 절대다수가 fMRI, EEG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비싼 비용을 감내하고 뇌 과학 연구를 수행해 왔던 건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게 신경과학자들의 논리다. 또한 이러한 부분을 모를 리 없는 신경과학 전문가 폴 잭 교수가 해당 연구를 감행한 부분과 관련해, 일각에선 폴 잭 교수와 해당 연구와 제휴를 맺은 신경생리학 플랫폼 기업인 머서 뉴로사이언스(Mercer Neuroscience) 사이에 일련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증폭되고 있다.

한편 웨어러블 기기 활용에 대한 학계의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fRMI 기계의 경우 뇌를 한 번 스캔하는 데만 45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실험 참가자가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경과학자 A씨는 “fRMI가 진행되는 추운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 평소의 음악을 듣는 방식과 상당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가치는 참가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과학’적 예측의 윤리적 문제와 한계

만약 잭 폴 교수의 연구가 학계의 인정을 받고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 전반에 도입되면,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기분과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찾아주고, 심지어 스스로 작곡을 해볼 수 있는 등 흥미로운 일들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심박수, 호흡수를 포함한 일거수일투족이 플랫폼에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마음을 읽는’ 알고리즘에 대해 사생활 침해 논란과 같은 윤리적 질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기존 AI를 활용하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한 약관 동의 옵션을 마련해 선별적으로만 데이터를 수집해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은 회원가입 또는 웹 사이트 방문할 때 올라오는 조그마한 약관 창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수락’ 버튼을 누른다. 또한 이미 많은 회사들이 암묵적으로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많은 분석을 수행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33명의 비교적 적은 표본을 기반으로 수행됐다. 물론 앞서 살펴봤듯 연구진들은 ‘신경예측’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적은 표본으로도 결과를 일반화하기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판을 피하기 합당한 이유로는 부족하다. 특히 해당 연구의 실험 참가자 전원은 대학생으로, 비교적 젊은 청취자들이 다수였다. 이에 따라 인종적, 세대적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