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핵심 경쟁력은 미래 가치” 이그니스, 348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유치
0억원 돌파 팬데믹 기점으로 급성장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플라스틱 배출 많은 식음료 업계, 근본적 해결책 필요”
푸드테크 기업 이그니스가 348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시리즈 B 투자에는 미래에셋캐피탈, 빌랑스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NICE투자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2025년 상장 목표, 글로벌 사업에 박차”
2014년 설립된 이그니스는 기능성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Labnosh)를 시작으로 닭가슴살 브랜드 한끼통살, 가정대용식 그로서리서울, 캔워터 브랜드 클룹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그니스는 과거 온라인에 집중했던 유통 채널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결과 2021년에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은 502억원을 달성했다. 이로써 설립 이후 1,000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돌파한 이그니스는 오는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2010년대 중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인기를 끈 식사 대용식 소이렌트를 접한 후 한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랩노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서비스보다 식품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고 창업 계기를 밝힌 박 대표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플라스틱 용기에 분말을 담아 판매하며 신선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5년 랩노쉬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한참 후인 2020년부터 시작됐다. 박 대표는 팬데믹이 계기가 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백질 음료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를 통해 랩노쉬 매출 상향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그니스는 자사몰 에잇을 비롯해 11번가, 인터파크 등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품 판매 채널로 활용 중이며, 일본 최대 드럭스토어 플라자(Plaza)와 손잡고 ‘K-푸드 건강 간편식’ 코너를 마련해 랩노쉬와 그로서리서울을 판매 중이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에서도 랩노쉬와 클룹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그니스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푸드테크 혁신 기업 육성’에 팔 걷어붙여
푸드테크는 팬데믹과 함께 도래한 2020년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식품 소비 트렌드가 건강과 환경 중시의 가치소비 확산, 비대면 상거래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7년 2,110억 달러(약 281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5년에는 3,600억 달러(약 47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27년까지 △거대 신생 기업(유니콘) 30개 육성 △관련 수출액 20억 달러(약 2조6,300억원) 달성 △10대 핵심 분야 기술 경쟁력 확보 및 푸드테크 혁신 기업 육성 등 3대 추진 전략을 통해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그니스는 푸드테크의 핵심 경쟁력이 편의와 건강 등 일차원적 기능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미래 가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개폐형 알루미늄 캔 음료 ‘클룹’은 이같은 이그니스의 행보를 잘 드러내는 사례다. 해당 제품 출시 당시 박 대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 중인 만큼 플라스틱 배출을 많이 하는 식음료 업계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클룹의 알루미늄 캔은 재활용률이 75%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적재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어 운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등 탄소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폐형 마개 특허 확보, 펩시 등 글로벌 브랜드와 계약 ‘목전’
이후 이그니스는 개폐형 마개 기술을 보유한 엑솔루션(Xolution)을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지난해 8월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던 엑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 이그니스는 기존 엑솔루션이 보유한 특허를 비롯해 제조설비, 글로벌 고객사 등을 전부 확보하게 됐다.
특히 엑솔루션이 자랑하던 개폐형 마개(resealable lid)의 특허 확보는 이그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인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기존 페트형 마개보다 2.5배 이상 높은 밀봉력을 자랑하는 해당 기술은 펩시, 몬스터 등 글로벌 음료 브랜드와의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한 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이영상 팀장은 “이그니스의 견고한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엑솔루션의 인수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해 가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그니스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위해 사람과 환경, 기업이 함께 하는 건강한 미래를 향한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개폐형 마개를 공급하며 다양한 글로벌 음료 브랜드와 협업하고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맥주, 에너지음료, 커피 등 새로운 브랜드 개발에도 집중해 아시아 최고의 ‘푸드 브랜드 디벨로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