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기사도 줄어든다, 혼란 속 가라앉는 택시업계
택시요금 인상 이후 오히려 이용객 줄어, 택시업계 위기 가중 개인택시 3부제 해제 이후 업계 ‘파이 경쟁’ 심화, 갈등 골 깊어져 시장 혼란에 인력 이탈 계속돼, 지방에서는 ‘현금 뿌리기’ 지원책까지
국내 택시 회사들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요금 인상 이후 택시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며 오히려 경영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개인택시 3부제 해제 이후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사이 ‘밥그릇 싸움’이 심화, 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추세다. 손님도 기사도 속속 등을 돌리는 국내 택시 시장은 과연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택시 요금 뛰고난 뒤 오히려 힘들어졌다?
택시 시장의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사들이 수입이 좋은 택배·배달 업계로 빠져나가면서 시작됐다. 택시조합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전국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7만126명으로 2020년(8만9,650명) 대비 21.7% 감소했다. 운행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시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 주행 거리를 2㎞에서 1.6㎞로 줄인 바 있다. 심야 할증 시작은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겼고, 할증률은 20%에서 최대 40%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고물가 상황 속 택시 이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택시 이용을 꺼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오히려 악화한 셈이다.
올해 1~7월 기준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억5,622만 건으로 작년 동기(1억6,628만 건) 대비 6%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1~7월)과 비교하면 29% 급감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지하철 이용은 15억2,870만 건으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 높은 택시 요금에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 수요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시장 주요 사업자들이 줄줄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최근 플랫폼 가맹택시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택시법인 회사 9곳 중 2곳(진화택시, KM2)의 영업을 정지했다. 휴업한 두 업체의 연간 적자는 20억원에 달했다.
플랫폼 가맹택시 2위였던 마카롱 택시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마카롱 택시는 유아 동반 승객을 위한 카시트, 반려동물 동반 승객을 위한 요금제 등 편의성을 내세워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항마로 떠오른 바 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국내 대표 기업들로부터 2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가 무색하게 경영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했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개인택시-법인택시 ‘밥그릇 싸움’ 심화
시장이 좁아지자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파이 싸움’도 심화했다. 분쟁의 중심축은 개인택시 3부제다. 개인택시 부제란 개인택시 기사들을 그룹화한 뒤, 특정일에 특정 그룹의 휴무를 강제하는 제도다. 1973년 석유 파동 당시 유류 절약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이후에도 차량 정비 및 기사 과로 방지, 택시 공급 조절 등을 위해 50여 년 동안 유지돼 왔다.
지난해 11월 22일 정부는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114개 지자체 개인택시 부제를 전격 해제했다. 물량 공급을 늘려 택시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제 해제가 오랜 숙원이었던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 같은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은 곧장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개인택시의 부제가 해제되면 택시 공급량이 자연히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부제에서 벗어난 개인택시 기사들이 소위 ‘피크타임(밤 10시~새벽 2시)’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좁아진 시장 내에서 일종의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위기를 느낀 법인택시 업계는 부제의 부활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소비자는 이 같은 법인택시 업계의 주장에 대해 달갑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인택시 부제가 다시 실시되면 가뜩이나 요금이 상승한 가운데 승차난까지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수입에 지장이 생기는 개인택시 역시 3부제 재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장, 떠나가는 기사들
혼란과 분쟁이 이어지자 택시 기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지방 택시 시장의 경우 인력 이탈 문제가 수도권 대비 극심한 편이다. 일례로 지난달 말 기준 대구 법인택시의 운수종사자는 3,528명이었다. 이는 2019년 말(5,300여 명) 대비 1,800명가량 급감한 수준이다. 현재 대구 법인택시 수는 총 5,664대며, 이 중 2,136대(37%)가 운전기사 부족으로 인한 휴업 상태다.
위기에 몰린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대구시의회에 운전기사 확보를 위한 지원 등을 건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구시는 처음 취업한 법인택시 운전기사 1명당 일 년간 최대 100만원의 신규 취업자 정착 수당을 지원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택시업계에 처음 취업해 6개월 이상 근무 시 50만원, 매 3개월이 지날 때마다 25만원씩 지급해 최대 1년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서라도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업계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요금 인상 방안은 오히려 업계 혼란을 키우는 ‘폭탄’으로 변모했다. 소비자 이탈과 수익 감소, 기사 이탈의 악순환이 이어지며 택시 시장 전반이 가라앉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중소기업 업계의 대표 격인 택시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