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혐오 사상에 적극 대응하는 ‘해외 기업’, 국내 기업에 윤리 경영 시사
애플 등 해외 기업, 반유대주의 등 극단적 혐오사상은 용납될 수 없어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옹호에 광고 매출 60% 하락한 엑스, 강경 대응 예고 인종 차별 위험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 특정 민족에 가해지는 고정관념 때문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SNS ‘X(옛 트위터, 이하 엑스)’에 광고를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단 소식을 전했다. 머스크가 극단적 혐오 사상 중 하나인 반유대주의를 옹호하는 행보를 거듭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애플, 반유대주의 옹호하는 엑스에 광고 이어갈지 고민 중
18일(현지 시각) 미국 외신 보도에 따르면 쿡은 CBS 선데이모닝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비판하면서도 애플이 엑스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머스크의 반유대주의적 행동이 지속될 경우 애플이 엑스에서 광고를 그만둘 수 있다고 암시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해 머스크가 엑스를 인수한 직후 40% 가까이 광고 지출을 삭감한 전적이 있다. 애플이 엑스에 연간 1억 달러(약 1,325억원) 정도를 지불하는 대형 광고주인 만큼 광고를 중단할 경우 엑스가 받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머스크는 유대계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를 ‘나치 대학살에서 살아남아 인류를 증오하게 된 만화 캐릭터 매그니토’에 비유하며 비난한 바 있다. 또 비영리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는 머스크가 엑스를 인수한 이후 반유대주의 등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신고가 급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머스크 “나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 유대계 “글쎄”
머스크는 자신에게 씌워진 ‘반유대주의’ 프레임에 대해 억울하단 입장을 보이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머스크는 “나는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ADL의 거짓 비난으로 광고주들을 압박해 미국 내에서 엑스의 광고 매출이 60%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ADL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최소 40억 달러(약 5,303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금액은 미국 법원이 머스크의 손을 들어줄 경우 ADL이 파산할 수도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이외에도 머스크는 지난 14일(현지 시각)에는 오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다수 유대계 미국 언론은 엑스가 극우 발언 등으로 차단된 칸예 웨스트의 계정을 지난 7월 복구한 점이나 머스크가 극우주의자들이 ADL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BanTheADL’) 게시물에 ‘좋아요’를 표시하는 등의 행보들로 비춰볼 때 유대계의 악화한 여론을 잠재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출신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가인 오피르 구텔존은 “유대인을 혐오하는 자와 협상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머스크와 네타냐후의 총리의 회담이 열리는 장소 인근에서 회담을 비판하는 집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 몽클레어 주립대에 소속된 한 연구원도 “머스크 CEO가 엑스를 인수한 뒤 첫 12시간 동안 약 4,778건의 증오 발언이 올라왔다”며 “인수 전에는 평균 약 1,000개에 불과한 사실로 미뤄볼 때 머스크 CEO의 부임과 적대적 콘텐츠 게시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반유대주의가 강한 국가, 한국
반유대주의를 둘러싼 머스크와 유대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한국의 반유대주의가 ‘심각’ 수준이라는 과거 설문조사 결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ADL이 지난 2014년 반유대주의 국가에 관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반유대주의가 강한 아시아 국가 중 3위에 올랐다.
유대인인 팀 알퍼 외신 기자는 당시 “나는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불쾌함을 겪은 적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자기 민족을 포함해 특정 민족을 정형화하고 선입견을 씌워 판단하는 데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정형화로 인해 홀로코스트가 발생한 점, 1991년 폴란드 청년 갱들이 집시들에 대한 부정적 정형화로 인해 집시 마을을 파괴한 점 등을 언급하며 정형화가 위험한 인종차별 방법이 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직 내 집단과 그 외 집단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는 일을 잘 못한다’, ‘동남아인은 게으르다’, ‘중국인은 시끄럽다’ 등 특정 민족에게 씌워진 부정적 담론에도 쉽게 수긍한다. 알퍼 기자 역시 “유럽의 경제 위기를 두고 한국 사람들이 ‘남유럽 사람들은 일도 안 하고, 경제도 부패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다문화 한국’을 이뤄가기 위해 이런 집단적인 구별과 부정적 정형화를 없애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과 엑스 등 해외 벤처가 극단주의적 사상이나 각종 흑색선전에 대처하는 방식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경쟁 상황에서 타 경쟁사에 대한 부정적 정형화 및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고 합리적·도덕적·가치적인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벤처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교 교수는 “세계적 추세인 ESG 중시 경영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