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스타트업 ‘투자 건수 및 총투자금액’ 모두 감소, 상반기 ‘파산 기업 신청 건수’도 역대 최고치
%↓ 지속되는 벤처투자 ‘가뭄’,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도 42% 급감 미국에서도 ‘당장 매출내는 스타트업’ 말곤 VC 관심 못 받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건수와 투자금액이 지속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파산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시장도 올 2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총투자유치액이 전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줄면서 사업을 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실리콘밸리 VC들이 기업의 성장성보단 수익성 평가에 무게를 두면서 앞으로도 투자 혹한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8월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 공개
11일 스타트업 민관 협력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8월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총투자 건수는 102건으로 지난해(152건)보다 32.8%나 줄었다. 투자금액은 5,0477억원으로 지난해(9,081억원)보다 4,034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7월과 비교해봐도 투자 규모와 상관 없이 총투자건수와 투자금액 모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8월 총투자건수는 지난 7월(133건)에서 102건으로 31건 감소했다. 총투자금액도 지난 7월(6,878억원)보다 26.62%가량 감소한 1,83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금액별로는 100억원 이상 투자가 11건, 10억원 이상 22건, 10억원 미만과 비공개 투자는 69건으로 집계됐다. 투자 금액이 가장 많았던 분야는 금융·보험 분야로 총투자금 1,317억원을 유치했고 채용, 인력관리, 생산성 등 업무효율 분야가 총 1,000억원을 유치하며 뒤를 이었다.
대규모 투자 가운데선 자영업자 매출관리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오케스트로가 각각 1,000억원씩 투자받았다. 앞서 한국신용데이터는 국내 최초로 미국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STV)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스타트업 엑시트(투자금회수)로는 인수합병(M&A) 3건, 상장(IPO) 4건이 있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내 팹리스 유니콘 파두와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 등이 코스닥에 상장해 주목을 받았다.
줄어든 정부 정책자금에 민간자금 유입도 ‘위축’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업계의 위축은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11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34억 달러(약 4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
정부의 정책자금도 꾸준히 감소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태자펀드 결성액은 2,579억원으로 전년비55.2%나 줄었다. 지난해 5,200억원 규모였던 모태조합 출자사업예산이 3,135억원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비모태펀드 결성액도 1조8,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3.6% 급감했다.
위축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민간자금 유입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공공재원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민간 중심의 모험자본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민간자본 확대가 긴요하다”면서 “민간자본 확대는 창업 벤처기업 성장 과실의 개인투자자 환류를 통한 국민재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도 ‘파산 기업’ 13개월 연속 증가
미국 벤처투자 업계도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총투자유치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50% 줄어든 100억 달러(약 13조2,500억원)에 그쳤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파산하는 기업도 13개월 연속 늘고 있다. 미국 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상업적 파산 건수는 지난달보다 17% 증가했다. 미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54%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따른 스타트업 대출 악화 현상이 기업들을 파산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벤처시장이 호황기였던 2021년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지 2년이 돼가는 기업들이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줄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VC 대표는 “향후 1년 안에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2년 전 호황기에는 사업이 지속되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 시장에선 그것만으로는 누구도 투자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올해 실리콘밸리 VC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성보단 수익성 평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데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투자까지 수익성을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만큼, 당장 매출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펀딩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