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차터 분쟁 전격 ‘합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사점은

방송 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디즈니-차터 갈등, 극적으로 합의 케이블 서비스와 스트리밍 서비스 결합, 하이브리드 패키지 출시 예정 디즈니, 선형 미디어 산업 영향력 위해선 ESPN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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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그룹 디즈니와 미국 대형 케이블 기업 차터(Charter)가 공동 성명을 통해 채널 송출 합의안을 발표했다. 그간 디즈니와 차터는 디즈니가 소유한 ESPN, ABC, 디즈니 채널 등에 대한 송출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안이 OTT 사업자와 선형 텔레비전 기반 케이블 사업자 간 갈등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Disney Sports News

18일 디즈니와 차터는 공동 성명을 통해 디즈니 소유 채널 송출과 관련된 합의안을 발표하며 11일간 지속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차터는 디즈니 측의 채널 송출 수수료 인상 요구에 반발해 자사 케이블 서비스 스펙트럼(Spectrum)에서 방송되는 디즈니의 모든 채널을 블랙아웃(송출 중단) 하는 것으로 대응한 바 있다. 양 사의 합의안이 발표되자 디즈니와 차터의 주가는 각각 0.9%, 4% 상승했다.

디즈니와 차터의 합의 내용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와 차터 CEO 크리스 윈프리(Chris Winfrey)는 공동 성명을 통해 “디즈니와 차터의 공동 목표는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선형 텔레비전의 지속적인 가치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증가하는 인기를 모두 인정하며 진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에 따르면 차터가 운영 중인 스펙트럼과 광대역 전용 서비스에서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디즈니가 운영 중인 디즈니+ 는 스펙트럼 셀렉트 패키지에 포함된다. 셀렉트 플러스 패키지엔 ESPN+도 포함될 예정이며, 차터가 제공하는 케이블 패키지에도 디즈니+, ESPN+, Hulu 등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 버전이 포함된다. 다소 시청률이 낮았던 Baby TV, 디즈니 Junior, FXM, FXX, 내셔널지오그래픽 와일드 등의 디즈니 채널은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디즈니는 이번 합의안을 통해 약 1,500만 명에 달하는 차터의 스펙트럼 고객을 다시금 확보하게 됐다. 세부적인 합의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차터가 디즈니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자사의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구독이나 광고 사업 수익 일부를 지급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선형 기반 케이블 사업자 vs OTT 사업자

미디어 전문가들은 디즈니와 차터의 갈등에 대해 쇠락하는 선형 텔레비전 기반 케이블 사업자와 성장하는 OTT 사업자 간의 콘텐츠 유통에 대한 갈등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한다. 케이블 사업자는 OTT 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고객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의 플랫폼 서비스에 OTT 서비스를 포함하려는 니즈가 있다. OTT 사업자의 경우 케이블 사업자와 시장 경쟁의 관계에 있지만 수백만 명에서 수천만 명에 이르는 케이블 서비스 고객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진행 중이다. 두 업계는 경쟁 관계인 동시에 공생 관계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합의안은 케이블 사업자와 OTT 사업자 간 일종의 공생 방안으로 평가된다. OTT 산업의 경우 급격한 시장 성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타 OTT 기업과 콘텐츠 경쟁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 및 스트리밍 서비스에 막대한 자금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케이블 산업은 고객 이탈이 증가하고 있지만 방대한 서비스망을 바탕으로 여전히 높은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디즈니가 발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존 방송 및 케이블 사업을 포함한 선형 텔레비전 부문 수익은 약 67억 달러(약 9조1,120억원)로, 이 중 약 19억 달러(약 2조5,84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약 7%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이익을 창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의 광고 기반 스트리밍 사업을 통한 광고 수익 증가를 위해선 차터가 보유한 약 1,500만 명의 고객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즈니와 차터의 합의가 주는 시사점

이번 합의를 통해 제공될 하이브리드 패키지(케이블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통합 제공)를 통해 차터는 가입자 감소 추세를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게 됐으며,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 역량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디즈니 역시 차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디즈니+의 고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증가한 고객 수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안이 디즈니처럼 케이블 시장으로 확장을 희망하는 기업에 일종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한편, 일각에선 기존 선형 미디어 기업 간의 갈등을 피하고자 OTT나 콘텐츠 사업자가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채널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 선형 미디어 산업에서 절대적이었던 케이블 사업자의 권력이 크게 약화 됐다는 점이다.

한편 디즈니엔 이번 갈등과 합의안의 핵심 채널이었던 ESPN의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ESPN이 반독점적으로 구매했던 스포츠 중계권 입찰에 경쟁 기업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선형 미디어 시장에서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했던 건 스포츠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며 “디즈니가 케이블 사업 부문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선 ESPN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