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라운드(Down round) 증가하고 있지만, 더 위험한 상황 대비해야

다운 라운드 확대 중, 2023년 들어 11%, 지난해 거의 2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6%, 닷컴 버블 58%였던 것 비해 아직 낮아 내년 들어 다운 라운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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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약 11%의 VC 투자가 ‘다운 라운드(직전 투자보다 낮은 가치에 투자를 받는 것)’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만의 최저치로 기록된 2022년 6.64%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려 36%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다운 라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 피치북의 분석이다.

2002년 이후 VC 투자 중 다운 라운드(Down round) 투자 비율/출처=Pitchbook

‘다운 라운드 증가’ 이제 시작일 뿐, 더 증가할 수도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에 36%, 닷컴 버블이 붕괴했던 2002년에는 무려 58%에 달했던 다운 라운드 투자가 현재 11%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직 금융 시장 붕괴의 초입 단계라는 평이다. 다만 유명 스타트업들 상당수가 이미 다운 라운드 투자를 받고 있다는 점과 함께, 수치로 나타난 값과 실제 시장의 체감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금융 자동화 서비스를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 램프(Ramp)는 지난달 30%의 가치 삭감을 감수하면서 쓰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과 샌즈 캐피탈(Sands Capital)로부터 3억 달러(약 4,017억원)의 가치로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이 벤처기업들에서 발을 빼고 있는 데다, 상장한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VC들의 투자도 과거보다 더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시장의 기준점이 과거 2021년에만 해도 창업자들에게 있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투자자들의 관점에 맞춰 투자가 집행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사피에르 벤처스(Sapphire Ventures)의 라지브 드함(Rajeev Dham) 파트너는 “다운 라운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올해가 아니라 내년 들어서 다운 라운드가 더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생성형 AI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다운 라운드 확대 중

지난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핀테크, 클라우드 기술 서비스 기업들은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으나, 자금 소진 속도를 늦추지 않았던 기업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큰 폭의 할인 없이는 다음 투자를 유치할 수 없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이 거의 유일한 예외로, VC들이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마음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까지 1,325개의 VC 투자건 중 144건의 다운 라운드가 발생했으나, 다운 라운드를 숨기는 것이 일상적인 투자 행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많은 투자가 다운 라운드였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이뤄진 VC들의 투자는 외부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숨겨진 다운 라운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드함 파트너는 과거 위기 상황에 다운 라운드가 훨씬 더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2·3분기까지 더 많은 숫자의 다운 라운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