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오센트릭, 화학 공장과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시너지 도전
SK지오센트릭, 세계 최초로 3대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도입 울산 일대 화학 공장들에 재처리된 플라스틱 원재료 공급 계획 전문가, 쓰레기 매립 분 재활용에 쓰여 탄소중립 가속화 예상
SK지오센트릭이 오는 10월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착공한다고 17일 밝혔다.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플라스틱 단지로,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구조로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총 1조8천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계획된 가운데, SK지오센트릭은 연 32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울산의 공장 부지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들이 밀집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폐플라스틱 재처리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500ml 생수별 213억개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완공 시점에 예상되는 처리 물량인 32만 톤은 500ml 생수병 기준으로 약 213억 개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에서 공급되는 생수병은 500ml 병으로 환산할 경우 2018년 기준 1인당 72개, 전국적으로는 약 35억 개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건설되는 설비는 비닐이나 오염물질이 묻은 폐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처음 생산한 것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PET해중합, ‘초김계’ 고순도 폴리프로펠렌(PP) 추출 3가지 기술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 국내의 플라스틱 재활용 수준은 걸음마 상태다.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투명 PET병 같은 단일 물질을 단순한 쌀알 형태(펠릿)로 갈아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있지만 설비가 없어 소각장에서 매연과 악성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도록 산화되고 있던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투명 PET병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거나 음식물 등 오염물질이 섞여있어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화학적 재활용 방법을 택한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 업계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열분해는 00~800℃의 고열과 높은 압력에서 플라스틱을 녹여 원유와 비슷한 기름을 얻는 기술이다. 같은 기술이 활용될 경우 소각 외에는 달리 재활용 방법이 없던 비닐봉지 같은 물질도 나프타로 재탄생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설비의 가장 기초 물질 중 하나다. 특히 열분해로 생성된 원유성 물질에 사후처리를 할 경우 다양한 석유화학 원재료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울산 일대에 널리 퍼진 화학 설비 시설에서도 그간 정유사에 의존했던 석유화학 원재료 공급 시장이 다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중합과 고순도 PP 추출까지, 기술 역량으로는 세계 최고 시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처음 생산한 플라스틱 소재와 유사한 품질과 물성을 구현해내는 해중합 처리 시설도 관심의 대상이다. 플라스틱 물질을 중합해 일반에 사용되는 물질을 만들어 냈다가, 다시 원형으로 복구해내 새로운 플라스틱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쓸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분해해 얇은 가루 형태로 만든 뒤 유해 물질만 걸러내 다시 화학적으로 융합시켜 원형이 복구된다. 업계에서는 분자 구조를 해체 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해중합(Depolymerization)’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그간 재활용을 포기했던 유색 PET병, 오염물질이 묻은 병들도 재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고순도 PP 추출도 화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질에 열과 압력을 가해 액체와 기체 사이의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SCF)’ 상태로 구성한 후 높은 순도의 PP만 추출하는 기술로, 업계에서는 초임계 기술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물의 녹는 점과 어는 점인 0℃에서 모든 물이 얼거나 녹지 않은 상태, 끓는 점인 100℃가 됐을 때, 모든 물이 다 기체로 변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화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은 화학적으로 안정되고 장치에 부식성이 없는 데다, 인체에 독성이 없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등의 주요 이상적인 초임계 유체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ESG 목적에도 잘 맞는다고 분석했다.
국내 재활용 폐플라스틱 종착지는 울산으로
업계에서는 그간 투명 PET병에만 국한돼 있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갔던 반투명 PET병, 음식물 섞인 PET병이 모두 재활용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울산 일대에 재활용 설비가 집적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울산2공장에서 화학적 재활용 페트 시생산에 들어간 바 있다.
관계자들은 열분해 기술을 이용할 경우 해중합으로 처리할 수 없었던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점, 폐수나 폐기물 등 재활용 과정에서의 오염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공장 설립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오염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주민들의 우려에 일침을 놓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