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줄줄이 곤욕 치르는 아마존, 베트남 OTT 시장서도 결국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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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규제 강화' 베트남 OTT 시장서 철수 결정
아시아 공략에 쩔쩔매는 美 기업들, 규제 장벽·토종 기업 경쟁에 '한숨'
토종 콘텐츠 수요 강력한 베트남 시장, 프라임 비디오로는 공략 어려웠나
사진=unspalsh

미국의 OTT 업체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가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프라임 비디오 측은 최근 베트남 현지 가입자들에게 ‘이달 31일부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글로벌 OTT 규제 강화책이 사업 철수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프라임 비디오 외에도 수많은 미국계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강력한 규제, 로컬 기업·콘텐츠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발을 빼는 일도 허다하다. 이번 프라임 비디오 철수 역시 아시아 특유의 ‘장벽’이 글로벌 사업체를 밀어낸 사례로 꼽힌다. 동남아시아 주요 시장인 베트남의 규제 강화로 다수의 글로벌 OTT 기업이 ‘지각변동’의 중심축에 선 가운데, 업계는 베트남 시장의 판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OTT 규제 드라이브 건 베트남, 넷플릭스 外 ‘사업 철수·축소’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OTT 업체의 현지 법인이 없으면 서비스가 차단되거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 글로벌 OTT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문화·정치적 규범을 위반하는 콘텐츠 전파를 차단하고, 관련 분야 과세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역사 왜곡·주권 침해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 OTT의 현지 법인에 대해 당국이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넷플릭스와 애플, 아마존, 텐센트, 아이치이(iQIYI), 후난(Hunan) 등 OTT 플랫폼 6개사에 자국 규정에 따른 허가 취득 및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아마존과 후난은 베트남 유료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아이치이·텐센트·애플 3개사는 베트남에서의 사업 규모 조정을 결정했다. 넷플릭스는 베트남 대표사무소 개설 계획을 당국에 전달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베트남 OTT 시장이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말 디즈니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3개 채널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수익 증대를 위해 베트남에서 제공하던 무료 시청 패키지를 종료하는 한편, 계정 공유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여기에 규제 강화의 여파까지 본격화하며 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철벽’에 물러나는 美 기업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체들은 이전부터 아시아 시장 공략에 고질적인 난항을 겪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문가 네트워킹 소셜 미디어인 링크트인은 2021년 10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사업 환경 및 중국의 법률적 요구가 철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달 후에는 인터넷 기업 야후가 중국의 데이터·개인 정보 규제 강화를 이유로 중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 역시 지난해 5월 중국 내 숙박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사업에 한계가 닥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 대비 강력한 규제, 현지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미국 기업들의 아시아 흥행을 막아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unsplash

아마존은 2011년 중국 시장 전용 쇼핑몰 ‘아마존 차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중국 내 1·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징둥닷컴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토종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입지를 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결국 2019년 7월 중국 쇼핑몰 사업을 철수했다.

아마존의 중국 전자책 사업도 지난해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2013년 중국 전자책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은 2021년 중국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6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하며 전자책 단말기 시장 전반이 위축됐고, 설상가상으로 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들이 경쟁사로 자리 잡으며 아마존의 시장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졌다.

베트남 ‘현지 수요’ 흡수 실패한 이유는?

프라임 비디오의 베트남 OTT 시장 철수 역시 상기 중국의 사례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시장 여건 악화, 로컬 기업과의 경쟁 등 악재가 글로벌 기업들의 진입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 시장의 많은 기업들은 높은 금리, 낮은 대출 접근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시장 여건 악화로 인해 기업들이 시장에서 대량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현지 시장의 탄탄한 로컬 콘텐츠 수요 역시 아마존 프라임 흥행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베트남은 자국 토종 OTT 서비스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베트남 소셜미디어 분석 업체 유넷미디어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대형 미디어 그룹 닷비엣의 OTT 서비스 ‘VieOn’은 넷플릭스(24%)를 제치고 35.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베트남 최대 규모 IT 기업인 FPT의 OTT 플랫폼 ‘FPT Play’ 역시 9.5%의 점유율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토종 OTT 플랫폼의 강점은 자국 감성의 독점 콘텐츠에 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VieOn은 ‘외국 OTT 플랫폼은 베트남 국민들의 취향과 문화에 별로 맞지 않는다’는 철학을 내세우며 등장했고, 최근까지도 자국 특유의 ‘감성’을 살린 자체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라임 비디오의 ‘서구 감성’ 콘텐츠는 자국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익숙한 베트남 고객층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프라임 비디오를 비롯한 미국계 OTT 업체들은 척박한 베트남 시장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대신, 한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것을 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프라임 비디오가 SK텔레콤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 시장에 간접 진출했듯, 베트남에서도 간접적인 사업을 영위 방법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