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CEO 임기 3년, 디즈니의 부진은 해결될 수 있을까?
아이거 재임 기간 15년간 시장점유율 5배 성장 디즈니 실적 부진에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 복귀 후 스트리밍 사업 영업손실 개선 등 성과
올해 7월 월트디즈니 이사회는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를 오는 2026년까지 연장한 바 있다. 당초 아이거 CEO의 임기는 내년 11월이었지만 이번 계약 연장으로 총 임기가 4년으로 연장됐다. 지난 2005년 디즈니의 CEO가 된 아이거는 2020년까지 15년간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5배 성장시키는 등 디즈니를 콘텐츠 제국으로 키워낸 뒤 CEO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지난해 11월 후임인 밥 체이펙 CEO가 실적 부진으로 조기 경질되면서 디즈니의 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디즈니 이사회, 아이거 CEO 임기 2026년까지 연장
지난 8월 디즈니의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디즈니는 매출 223억 달러(약 29조4,000억원), 영업이익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하면서 증권가 컨센서스를 넘어섰다. 순손실은 4억6,0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직전 분기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다만 아이거의 복귀 후 전반적인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즈니에 따르면 2분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객이 돌아온 테마파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11% 증가하면서 실적을 회복했다.
현재 디즈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몇 년 새 OTT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디즈니의 유선TV 사업은 고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2019년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억6,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넷플릭스에 이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됐지만 이후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 2분기까지 스트리밍 사업 부문에서 영업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실적 회복세에도 주력사업인 미디어 엔터테이먼트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디즈니의 주가도 떨어졌다. 지난 9월 6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디즈니의 주가는 8.9% 하락했다. 이날 디즈니의 종가는 80.98달러로 2014년 5월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3월 종가와 비교하면 59%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아이거, 대규모 감원 포함한 구조조정안 발표
영화·TV·스트리밍을 포괄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실적 개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이거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디즈니가 부진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복귀한 아이거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스포츠에 중점을 둔 ESPN 사업, 테마파크 사업 등 3개 부문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콘텐츠 사업의 핵심인 창의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의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올해 2월 인건비 및 마케팅과 제작·라이선스 콘텐츠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하는 55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월부터는 인건비 25억 달러(약 3조1,600억원) 절감, 7,000명의 인원 감축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감축 인원 7,000명은 전 세계 22만 명의 직원 중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디즈니플러스의 구독료도 인상했다. 일련의 조치 이후 실제로 스트리밍 사업의 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적자가 개선되면서 2분기 영업손실은 5억1,200만 달러(약 6,740억원)로 감소했다. 디즈니는 오는 2024년까지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선TV 사업 부문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디즈니가 직면한 어려움 중 하나는 유선TV 가입자 감소다. ABC, ESPN 등을 포함해 18개의 방송 채널을 보유한 디즈니의 유선TV 사업은 전통적인 캐쉬카우로 평가됐지만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즈니는 ESPN의 지분 대부분을 유지하면서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아이거는 지난 7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유선TV 사업이 디즈니의 핵심사업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PN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전환 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 기여한 테마파크 부문 600억 달러 투자
디즈니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테마파크 사업에 대해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디즈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테마파크 사업에 600억 달러(약 8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는 지난 10년간 테마파크 사업에 투입한 자금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중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자본을 배분하고 있다”며 “디즈니랜드 등 놀이공원과 크루즈 라인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벗어나면서 세계적으로 놀이공원·체험형 사업의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디즈니가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현명한 조치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디즈니는 테마파크 사업에 강점을 보여왔다. 디즈니랜드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테마파크 목록 상위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에는 상하이와 홍콩에 있는 디즈니 리조트의 매출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테마파크를 폐쇄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연평균 성장률 6%, 8%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 올해 3분기 테마파크 사업 부문 매출은 83억 달러(약 11조원), 영업이익은 24억 달러(약 3조2,000억원)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11% 증가했다. 디즈니 관계자는 “디즈니 친화적인 잠재 소비자가 10배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앞으로도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테마파크 사업이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 단기 하락세에도 장기적으론 상승 여력 충분해
다만 디즈니의 미래를 두고는 증권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온라인 투자정보 사이트인 모틀리 풀 스톡 어드바이저(Motley Fool Stock Advisor)는 ‘지금 매입해야 할 10가지 주식’에서 디즈니를 포함하지 않았다. 투자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도 디즈니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4.6% 낮춘 110달러로 조정했다. 반면 디즈니의 주가가 단기간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31명이 제시한 디즈니의 목표주가는 110.80달러로 현재보다 주가가 35.8%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널리스트 가운데 ‘매수’를 추천한 비중도 73.7%에 달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디즈니는 아이거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디즈니가 오는 2026년까지 유선TV 사업을 매각하고 제휴사와 협력해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 전환에 성공한다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흑자 전환에 성공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이익을 창출할 경우 디즈니의 미래에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테마파크 사업 부문에서도 앞으로 3년 안에 대규모 투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디즈니는 2025년 새로운 크루즈선 두 척을 추가로 도입하는 등 테마파크의 수용성과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이거가 물러나는 2026년에는 테마파크 사업에 6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겠지만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어려운 시기에 디즈니의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아이거의 리더십 아래 다양한 전략적인 시도를 통해 부진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유선TV 사업의 매각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변화,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디즈니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대비하면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디즈니의 경영 전략과 성장 전망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