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세 뚜렷한 ‘전기차 수요’, 위기감 고조 속 완성차 업계 사업전략 수정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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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올해 4분기 및 내년 경영 환경 전망 부정적” 국내 배터리 업계도 긴장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물가는 하방 압력↑, 배터리 업계 실적은↓
사진=현대자동차

테슬라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까지 향후 전기차 생산 규모를 당초보다 낮추기로 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시장의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내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기존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타격이 있을 거란 우려도 완성차 업계가 사업전략 수정에 들어간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둔화 현실화에 사업 전략 수정 들어간 ‘완성차 업계’

29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GM과 일본 혼다가 50억 달러(약 6조7,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GM이 최근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올해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를 반영해 당초 전기차 생산 계획을 줄이고,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한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미룬다는 계획이다.

포드도 120억 달러(약 16조2,380억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SK온과 합작해 건설을 계획했던 켄터키 제2 배터리 공장 가동도 연기했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테네시에와 켄터키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한 바 있다.

테슬라도 지난 18일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실제로 전기차 시장 성장의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S&P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년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 3개월간 점유율마저도 8%대에 그치며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렌터카 브랜드 허츠도 최근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려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당초 허츠는 테슬라로부터 10만 대, GM으로부터 17만5천 대의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허츠에선 전기차 약 5만 대를 운행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높은 수리 비용과 완성차 업계의 지속적 가격인하 정책으로 인한 재판매 가치도 폭락 등에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먹구름 주시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

전기차 제조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작년 동기 대비 40.1% 증가한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 25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4분기와 내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삼성SDI도 26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수요를 다방면으로 분석한 결과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면서도 “전기차 성장세 둔화 우려가 뚜렷해진 가운데 경기침체가 지속될 겨우 단기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삼성SDI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5조9,481억원, 영업이익은 12.3% 감소한 4,9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 배경으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지목된다. 여기에 내년 예정된 미국 대선도 전기차 시장 성장을 뒤흔들 주요 변수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온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생산 인력 감소를 강조하며 미국 완성차업체 근로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사진=SK온 제공

전기차 관련 원자재 가격 하락세 속 관련 ‘이차전지주’는 부진 흐름

한편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전망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 감소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에 쓰는 리튬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패스트마켓츠가 산정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기준 올해 들어 67% 가까이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코발트 가격도 같은 기간 20% 가까이 떨어졌으며, 작년 5월 이후로는 50% 이상 급락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주요 원자재 가격도 약세다. 이날 기준 브렌트유는 지난 9월 이후 10%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도 2일 전 3주래 최저치를 찍은 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용 금속인 구리 가격도 7월 이후 10% 가까이 하락하며 올 3월 연중 최저점 수준에 근접했고 알루미늄, 아연 등의 가격도 약세를 이어갔다.

한편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연이어 ’어닝 쇼크’를 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양극재 대표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은 371억원으로 시장 기대치(669억원)보다 약 45% 하회했다. 에코프로그룹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459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940억원)보다 약 51% 하회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국내 주요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양극재 출하 감소, ESS 수요 부진과 함께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