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인상’ 시사한 넷플릭스, ‘對틱톡 경쟁시대’의 오판될까
구됵료 인상 개연성 잃은 넷플릭스, “인상 열망은 ‘여전'” 적극적인 수익성 개선 나선 넷플릭스, 하지만 날아오른 틱톡, ‘숏폼 미디어’에 대항하는 넷플릭스의 자세는?
넷플릭스가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우노조 파업이 종료되면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구독료를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의 구독료 인상도 2년 만에 이뤄질지 시선이 집중된다.
넷플릭스, 노조 파업 종료 후 구독료 인상 계획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각)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 종료 몇 달 후에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전 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광고 없는 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은 스트리밍 사업 수익 개선을 위해 광고 요금제 도입, 요금 인상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할리우드에서의 파업으로 신규 콘텐츠 제작이 미뤄지면서 구독자들에게 요금 인상을 설득할 명분이 제한된 상태다. 고객 입장에서 ‘콘텐츠의 질적 향상 없이 요금 부담만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노조 파업 종료 후’라는 전제를 깔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미국작가조합(WGA)과 SAG-AFTRA가 임금·처우 개선, AI 사용과 관련한 일자리 보호, 콘텐츠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수익금 보상 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파업의 여파로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5>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WGA는 넷플릭스 등 OTT 기업들이 소속된 영화·TV제작자연합(AMPTP)와의 잠정 합의로 파업을 종료했고, SAG-AFTRA도 AMPTP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SAG-AFTRA 파업까지 종료되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도 정상화되는 만큼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도 새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구독료 인상을 정당화할 수 있다.
다만 WSJ는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언제, 얼마나 인상할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넷플릭스도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여러 시장에서 구독료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2년 만에 구독료 인상이 단행될지 주목된다.
한국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최근 구독료 인상은 지난 2021년 11월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스탠다드 멤버십(동시 시청 가능 기기 2대, 풀HD 화질) 월 요금을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동시 시청 가능 기기 4대, 4K 화질) 월 요금을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미국에선 지난해 1월 모든 멤버십 요금이 오른 바 있다. 넷플릭스는 이후 광고를 시간당 4~5분 의무 시청해야 하는 광고형 멤버십을 출시한 후 최근 베이직 멤버십 신규 가입을 제한했다.
베트남 ‘무료 서비스’도 종료 수순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2년간 베트남 시장에서 서비스해 온 무료 시청 패키지도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5일 “베트남 시장의 무료 시청 서비스를 오는 11월부터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무료 시청 멤버십은 내달 자동 해지될 예정이며, 이후에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는 최소 7만 동(약 3,836원)짜리 구독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한다.
당초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기기에 한해 가입 시 별도의 결제정보 입력 없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고 18세 이상임을 확인하면 광고 없이 자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무료 시청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당시 베트남 시장의 무료 시청 서비스는 케냐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인기 콘텐츠들을 구독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넷플릭스의 조치는 최근 수익성 확대를 위해 계정 공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직계가족 외 타인과의 계정 공유 여부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며 계정을 공유 중인 베트남 사용자들에게도 IP 기반 확인 절차를 통해 계정 명의자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중순 재무보고서를 통해 “계정 공유 금지를 통해 4~6월 미국 및 캐나다 신규 가입자 117만 명, 전 세계 신규 가입자 590만 명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히며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요금 정책 시행 또한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넷플릭스는 기대하고 있다.
틱톡·유튜브에 밀리는 넷플릭스, 이대로 괜찮나
다만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수익성 개선 열망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엔 OTT 외 틱톡, 유튜브 등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틱톡의 경우 최근 TV시리즈나 영화를 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틱톡에서 한 주 에피소드를 반복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에선 <바비>나 <무빙> 등 최신 콘텐츠와 관련한 10분 미만의 숏폼 클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저작권 위반 게시물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숏폼 클립을 유통하는 틱톡 계정은 수천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무시하기 힘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홍보에 틱톡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NBC 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은 숏폼 클립을 틱톡에 직접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들 콘텐츠는 틱톡 알고리즘을 타면서 큰 홍보가 됐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조사한 넷플릭스, 틱톡, 유튜브의 미국 성인(18세 이상) 일일 시청 시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넷플릭스는 61.8분, 틱톡 55.8분, 유튜브는 47.5분이었다. 이제 넷플릭스와 틱톡,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는 간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닌 보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됐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젊은 세대일수록 풀 영상보단 숏폼 요약을 선호하고 있다. OTT는 콘텐츠 양이 늘어날수록 구독자들에게 결정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이 지난 8월 발표한 ‘2023 State of Play report’에 따르면 미국, 멕시코 등 스트리밍 이용자의 경우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는 데 10.5분이 걸렸다. 반면 틱톡에서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틱톡은 보고 싶은 ‘결정적인 하이라이트’를 제공하는 데 최적화돼 있으며, 틱톡 드라마 요약을 보면 10분 안에 모든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 전통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부족했던 부분을 틱톡은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확장성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