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생성형 AI 시장 뛰어든 애플, 잡스 ‘완벽주의 DNA’ 실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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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생성형 AI 전담 부서 조직·매년 10억 달러 규모 투자 소식 발표
챗GPT가 몰고 온 생성형 AI 열풍, MS·구글·메타 등 빅테크 경쟁 격화
잡스가 남기고 간 애플의 '완벽주의' 성향, 애플은 늦은 것인가 기다린 것인가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 참전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외신은 애플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생성형 AI 전담 부서를 구성하고, 매년 10억 달러(약 1조3,455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완벽주의’ DNA의 소유자 애플은 과연 앞서 달려 나간 빅테크 업체들을 꺾고 생성형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후발주자’ 애플, 생성형 AI 시장 등장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 이후 불어든 ‘생성형 AI’ 열풍이 미국 빅테크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그간 IT 시장의 기술 혁신을 견인하던 애플은 치열한 생성형 AI 경쟁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자사 기기에 탑재된 사진, 텍스트 자동 수정 기능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는 있지만,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Bard)와 같은 생성형 AI를 출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수년 동안 생성형 AI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했다”며 “하지만 애플 경영진은 업계의 갑작스러운 AI 열풍에 당황했고, (AI 열풍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짚었다. 애플이 뒤늦게나마 생성형 AI 열풍에 동참하며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AI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가 이끄는 애플 기계학습팀은 ‘에이잭스(Ajax)’라고 불리는 거대언어모델(LLM)과 이를 이용한 서비스 ‘애플 GPT’를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이끄는 소프트웨어팀은 애플의 LLM에서 실행될 iOS 18에 AI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에디 큐 서비스 이사의 서비스팀도 상기 두 팀이 개발한 생성형 AI 기술을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생성형 AI 모델은 iOS 18, iPad OS 18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애플의 AI 비서인 시리(Siri)를 통해 내년쯤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메시지, 애플뮤직, 애플 자체 오피스 앱 등 다양한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애플뮤직 이용자에게 맞춤형 자동 생성 재생 목록을 제공하거나, 오피스 이용자의 문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식이다.

美 빅테크의 치열한 생성형 AI 전쟁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두 주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을 잡은 MS다. MS는 지난 2019년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작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에는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3조4,5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협력 관계를 굳혔다. 이후 자사 검색엔진인 빙(Bing)에 챗GPT를 탑재했으며 △MS 오피스 제품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MS365 코파일럿’ △윈도11에 생성 AI 기능을 탑재한 ‘윈도 코파일럿’ △생성형 AI를 활용한 보안 서비스 ‘시큐리티 코파일럿’ 등을 선보였다.

사진=unsplash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와 구글 내 AI 조직인 구글브레인을 합병, AI 통합 본부를 신설해 맹렬하게 MS를 추격하고 있다. 구글은 챗GPT 등장 석 달 만에 구글 자체 LLM인 ‘팜(Palm)’을 기반으로 한 AI 챗봇 ‘바드’를 선보인 데 이어 올 5월에는 GPT-3(1,750억 개) 대비 3배(5,400억 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보유한 최신 모델 ‘팜2’를 공개하기도 했다.

생성 AI 경쟁의 후발주자로 꼽히는 메타는 지난 7월 자체 LLM ‘라마2(Llama2)’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다.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라마2는 연구 및 상업적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매개변수 규모에 따라 3가지 모델(70억, 130억, 700억)로 제공돼 거대한 컴퓨팅 자원이 없는 개인 및 단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단 월 사용자가 7억 명 이상인 서비스는 라마2를 이용할 수 없다.

‘완벽주의자’ 애플, 뒤늦은 참전의 이유는?

애플은 최근 들어서야 빅테크 생성형 AI 전쟁에 참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생성형 AI를 내놓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놓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품의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린 최상의 상품을 선보이곤 했다. 이 같은 ‘완벽주의 DNA’가 아직까지도 애플의 기업 문화에 녹아 있는 만큼, 생성형 AI 역시 아직 ‘미완성’ 상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 IT 업계 관계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며 “오픈AI에서 제공하는 무료·유료 API에 액세스한 뒤, 서비스에 연동만 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AI 시장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체적인 연구 없이도 ‘적당히’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없는 고품질 생성형 AI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난도 높은 도전이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 같은 ‘도전’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놓을 때부터 완성형인 상품을 선호하는 애플의 브랜드 성향을 고려하면 가능성 있는 가설이다. 실제로 쿡 CEO는 포브스를 통해 “우리는 수년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다”며 “매우 심층적이고 진지한 접근 방식을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의 뒤늦은 ‘도전장’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애플은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한 ‘완벽한’ 생성형 AI를 선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