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호실적 발표한 TSMC, “반도체 경기 올해 4분기에도 회복세 이어질까”
TSMC, 3분기 매출 23조원, 순이익 8.8조원으로 실적 선방 경기 불황 속 다운사이클에 허덕이던 반도체 기업들 “바닥 지났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및 중국 경기 회복’ 등 부정적 변수는 여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3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PC와 스마트폰에서 비롯된 이익 감소 폭을 상쇄한 결과다. 이 밖에도 최근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면서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사이클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외 호실적 기록하며 이익 늘려나가는 TSMC
TSMC는 19일(현지 시각) 3분기 매출 5,467억3,000만 대만달러(약 22조8,760억원), 영업이익 2,110억 대만달러(8조8,825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TSMC의 3분기 매출 가이던스인 167~175억 달러(약 5,700억 대만달러)와 부합하는 수치다.
당초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한 결과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축소된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3% 감소했으며, 순이익 역시 24.87% 감소했다. 다만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4년 만에 감소한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회복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3.7%, 순이익은 16.1%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는 AI 반도체 등의 수요 증가가 거론된다. 현재 TMSC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TSMC는 이번 수익 보고서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3나노 기술의 강력한 성장과 5나노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었다”며 “다만 이러한 성장은 소비자 수요의 부진과 고객사의 지속적인 재고 조정이 이뤄지면서 이익 감소 폭이 일부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2019년 1분기 이후 ‘침체기’ 접어든 글로벌 반도체 업계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올해 1분기부터 다운사이클을 맞으며 201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기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황 속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432억 달러(약 57조5,000억원)로 전월 대비 2.3% 늘어났다. 이후 꾸준하게 수요 회복이 지속되면서 지난 8월에는 440억 달러(약 59조2,000억원)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9% 늘어났다. 6개월 연속 증가세(3월과 4월 0.3%, 5월과 6월 1.7% 상승)가 이어지자 올해 3분기부터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산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지수는 142.9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은 작년 7월(14.9%) 이후 13개월 만이다.
아울러 산업연구원이 지난 6~13일 212개 업종 전문가 154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지수(PSI)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반도체 업황 전망 지수가 153으로 가장 높았다. 세부 업종별로는 가전과 화학은 기준선인 100에 걸쳤고, 디스플레이(85), 자동차(90), 조선(89), 기계(68), 철강(91), 섬유(83), 바이오·헬스(89)는 기준선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CT 업종들과 조선은 100을 상회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꾸준히 증가, 국내서도 회복 조짐
이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사이클이 저점을 찍고 반등 중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올해 중반 들어 수요가 완만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8월 매출은 지난해 동월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폭이 작아 향후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도 “반도체 경기가 바닥 수준까지 접근한 것으로 보이며 AI 반도체에 대한 강한 수요와 전기차용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건전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TSMC는 내년 말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첨단 패키징 생산 시설을 2배로 증설하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중에는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 현황 보고서를 통해 “주요 반도체 전망 기관들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올해 4분기경 회복 국면에 진입한 후 내년 중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간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던 반도체 재고도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경 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만을 놓고 올해 4분기 회복을 논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AI용 반도체 특수로 엔비디아 등 관련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 전반이 회복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생산의 감소 폭이 컸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기술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으나, 기대하는 큰 폭의 반등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일어나는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수요가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