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유니콘 감별사’ 위메이드, 시프트업 주식 전량 매각해 차익 700억원 챙겨
블록체인 부진으로 흔들리던 위메이드, '니케' 흥행시킨 시프트업 지분 전량 매각 서브컬쳐 시장 휩쓸며 유니콘 등극한 시프트업, 위메이드 100억원으로 700억원 벌었다 게임업계 유니콘들 '위메이드' 손 거쳤다? 선제 투자하는 족족 '대박'내는 위메이드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시프트업 주식 전량(전환우선주)을 처분한다. 위메이드는 시프트업 주식 208만6,080주를 799억8,510만원에 텐센트 자회사 ACEVILLE PTE 등에 처분한다고 24일 공시했다. 5년 만에 700%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엄청난 차익을 거둔 것이다. 모바일 건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의 폭발적인 인기를 딛고 급성장한 시프트업은 위메이드의 또 다른 ‘투자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시프트업 지분 전량 매각하며 ‘적자’ 메꿨다
앞서 위메이드는 2018년 김형태 아트 디렉터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3%를 취득했다. 당시 시프트업은 첫 작품 ‘데스티니 차일드’의 성공 이후 ‘니케’를 개발 중이었다. 위메이드는 니케 IP(지식재산권)의 가능성을 엿보고 시프트업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베팅,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가 공시한 시프트업 지분 처분 목적은 ‘투자 자금 회수(엑시트)’다. 현재 위메이드는 MMORPG ‘나이트크로우’의 흥행으로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블록체인 사업 분야 부진으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87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시프트업 지분 매각을 통해 700억원가량의 차익을 확보하며 영업 손실 대부분을 메꿀 수 있게 됐다.
시프트업 지분 처분 대상은 텐센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텐센트 계열사 에이스빌 외 1인이다. 텐센트는 산하 퍼블리셔인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고 있으며, 시프트업의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서브컬쳐 IP’ 시장 견인하는 시프트업
위메이드가 첫 투자를 단행한 2018년, 시프트업은 국내 유망 게임사 중 하나였다. 시프트업의 첫 작품인 데스티니 차일드는 서브컬쳐 팬을 겨냥한 수집형 RPG로,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시프트업 성장의 발판 역할을 수행하며 인기를 구가하던 데스티니 차일드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매출이 하향 안정화됐고, 지난 9월 2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상장 이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데스티니 차일드 성공 이후 차기작 개발에 매진한 시프트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자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지난해 건 슈팅 액션 게임 니케 출시 후 상황이 급변했다. 니케는 출시 이후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와 함께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 붐의 주축에 섰다. ‘체인소맨’과 ‘니어: 오토마타’ 등 시장 인기 IP와의 협업을 통해 서브컬쳐 팬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니케는 서브컬의 ‘본토’로 꼽히는 일본에서 앱스토어 매출 1위 자리에 네 차례나 올랐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출시 10개월 만에 5억 달러(약 6,75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니케의 인기에 힘입어 시프트업은 2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80% 급증했다.
현재 시프트업의 기업가치는 1조원 규모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구주거래를 통해 IMM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이후,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신규 편입됐기 때문이다. 덩치를 빠르게 불린 시프트업은 NH투자증권 출신 안재우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고,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선정하는 등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착수했다.
‘유니콘 헌터’ 위메이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게임업계에서 위메이드는 ‘투자의 귀재’로 통한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카카오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투자했고, 5년 만에 지분 전부를 처분해 약 8배에 달하는 2,0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챙겼다. 2018년엔 50억원을 들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지분 8.3%를 사들였다. 이후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절반을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에 1,187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금 대비 23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2020년 이후 매드엔진에도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매드엔진이 지난 4월 내놓은 MMORPG ‘나이트크로우’가 흥행하면서 위메이드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 가치는 6배인 2,4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2020~2021년 초기 투자금이 2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그마치 1,0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현재 매드엔진의 기업가치는 이미 유니콘 규모다.
위메이드는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투자 업체의 게임이 흥행하면 보유 지분을 매도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니콘 감별사’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다. △네시삼십삼분 △아이엠씨게임즈 △엔드림 △하운드13 등 위메이드가 투자한 비상장 게임사들은 과연 시프트업의 뒤를 이어 또다른 ‘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