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시장 침체, ‘크라우드펀딩’으로 눈 돌리는 스타트업들
투자 시장 침체에도 활력 도는 크라우드펀딩 시장 개방성, 확장성 등으로 아마추어 투자자들도 참여 다운라운드에도 높은 거래 건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펀드 투자 거래 건수가 감소하면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통한 시드 투자 방식이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 전문 싱크탱크 피치북은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VC 펀딩 시장 대비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문가들도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부각은 투자 시장 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시장 침체로 다시 주목받는 크라우드펀딩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은 특정 프로젝트 달성을 위한 후원형과 공익 목적으로 진행하는 기부형 펀딩 방식으로 확산했다. 최근 투자 시장에서 주목하는 크라우드펀딩 형태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이다.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은 몇 년간 시장 성숙 과정을 거쳐, VC 투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탄력적인 거래 건수를 보이고 있다. 피치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총거래 건수는 449건으로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투자 활황기였던 2021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높아진 VC 투자 조건, 크라우드펀딩은 괜찮아
식물 직거래 스타트업 더실(The Sill)의 창업자 엘리자 블랭크(Eliza Blank)도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운영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9월 블랭크는 시드 투자 전문 VC를 이용하지 않고 미국 크라우드펀딩 전문 플랫폼 부트스트랩(bootstrap)을 통해 운영 자금 목적으로 12,000달러(약 1,606만원) 규모의 크라우드펀딩을 마감했다.
블랭크는 “VC 투자 시장이 침체한 지금, AI와 같은 특정 산업을 제외하고 설립 초기 가시적인 영업 이익을 기록하기 힘든 스타트업이 VC 자금 조달에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블랭크가 운영 중인 더실은 지난해 약 600만 달러(약 8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9월 기준 현금 보유액은 80만 달러(약 11억원)에 불과하다.
더실은 설립 초기 파이브포벤처스(Five Four Ventures), 로프트그로스파트너스(Loft Growth Partners)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전문 VC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올해 크게 상향된 VC 자금 조달 시장의 기준을 맞추지 못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을 진행 중이다. 더실은 기존의 기업가치 평가 금액보다 약 73% 할인된 금액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지난 10일 기준 25만 달러(약 3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초기 목표 금액인 5만 달러(약 6,700만원)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높아진 투자 시장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거나 투자로 인한 지분 희석을 원하지 않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자금 조달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초기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은 모금 한도 금액 제한이 있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연간 모금 한도를 100만 달러(약 13억원)에서 500만 달러(약 67억원)로 상향함에 따라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아마추어 투자자들도 쉽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편의성과 확산성을 크라우드펀딩의 강점으로 꼽는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킹스크라우드(Kingscrowd) 설립자 겸 CEO 크리스 루스트리노(Chris Lustrino)는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가 오픈된 플랫폼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현재 일부 소형 신생 투자 매니저와 5천만 달러(약 675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는 ‘마이크로 VC’도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B2C 기반 스타트업은 크라우드펀딩을 자금 조달 목적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확장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2C 산업처럼 소비자 지향적인 기업의 경우엔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집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일종의 ‘브랜드 홍보대사’ 집단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리퍼블릭(Republic)의 미국 지역 리테일 운영 책임자 에밀리 폴락(Emily Pollack)은 “크라우드펀딩은 폐쇄적이었던 기존 투자 시장에 참가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며 “기업 밸류에이션 감소에 따라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도 다운라운드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투자 거래 건수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킹스크라우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한 기업의 평균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대비 약 20%의 하락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폴락은 다운라운드 현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자 거래 건수가 유지되는 것으로 근거로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우성장 중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