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받았던 생성형 AI 업계, 결국 거품 꺼지나
CCS인사이트 “슈퍼 컴퓨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이 원인” 글로벌 규제까지 이어지면 결국 생성형 AI 투자 위축될 듯 이런 와중에도 천정부지로 주가 치솟는 엔비디아
내년에 접어들면 생성형 AI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은 미비한 가운데,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한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는 데다 규제까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간 생성형 AI 열풍으로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던 관련 스타트업들 또한 머지않아 해당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여전히 생성형 AI 거품의 수혜를 크게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년 대비 2배 넘게 치솟았는데, 이는 생성형 AI 모델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하드웨어 개발에 엔비디아가 여타 기업 대비 발 빠르게 착수하면서, 생성형 AI에 대한 주식 시장의 막대한 수요를 독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생성형 AI 업계, 2024년부터 전반적인 점검 이뤄질 것
10일(현지 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시장분석기관 CSS인사이트는 “2024년에 접어들면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막대한 데다 글로벌 규제는 더욱 강해지고 있는 만큼 결국 생성형 AI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SS인사이트는 생성형 AI 시장의 발목을 붙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 ‘비용’을 지목했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운영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계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컴퓨팅’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비용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LM 연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대표적인 GPU인 엔비디아의 H100칩은 개당 4,000만원에 달하는 데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LLM을 구동하려면 수천개의 H100 칩이 필요하다. 심지어 GPU는 전력 소모량도 많은 만큼 전력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생성형 AI의 대표 격인 챗GPT에 탑재된 LLM GPT-4는 하루 9억원 규모의 운영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을 향한 규제도 시장 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된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AI 규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 AI가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가 안보의 근간이 되는 법안에 AI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CSS인사이트는 “글로벌 국가들이 AI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AI의 발전이 빠른 만큼 여러 차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말쯤에야 생성형 AI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윤관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묻지마 투자’가 거품 키웠다
생성형 AI의 ‘거품’ 논란은 사실 수개월 전부터 제기됐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AI 열풍이 관련 업계에 대한 ‘묻지마 투자’로 변질되면서, 종국적으로는 생성형 AI 전반에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일례로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 AI는 지난 6월 1억500만 유로(약 1,493억5,988만원) 상당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는데, 당시에도 업계로부터 제대로 결과물을 내는 서비스 하나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투자를 받았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해당 펀딩 건을 보도했던 CNN 방송은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둘러싼 광적인 흥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업계 일부에선 이런 펀딩 열풍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적절한 전문 지식도 없는 회사들에 돈을 버리는 식의 거품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성형 AI의 거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스태빌리티AI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태빌리티AI는 이미지 생성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오픈소스로 출시하면서 업계에선 챗GPT와 더불어 생성형 AI의 선두주자로 인식됐는데, 이로 인해 당시 스태빌리티AI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3,406억원)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같은 해 1억100만 달러(약 1조3,413억원) 규모 투자까지 성공하며 유니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스태빌리티AI는 180도 반전된 상황을 맞았다. 지난 6월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스태빌리티AI는 모델 개발 비용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직원 급여 및 세금까지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 거품’ 수혜 보는 엔비디아
한편, 이렇듯 생성형 AI 거품이 꺼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식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여전히 해당 거품으로 인한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무려 230% 가까이 치솟은 엔비디아는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엔비디아는 GPU 전문 제조업체로,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LLM을 구동하기 위한 ‘AI 칩’을 전 세계에서 90% 이상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현재 주식 시장에는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하드웨어 생산 인프라를 갖춘 AI 관련 종목이 없어 엔비디아에 과도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엔비디아는 기존 GPU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독점까지 나서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공간 임대에 논의하는 등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엔비디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이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를 통해 자사 서비스인 ‘DGX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이번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이젠 자체 데이터센터를 통해 DGX클라우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통해 자사 서비스를 제공할 시 기존 독점하던 AI 칩과 시너지를 내면서 결국 기존 AWS가 누렸던 클라우드 시장의 ‘지배자’ 위치를 탈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월가 주요 기관들도 올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더욱 높게 점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목표주가를 기존 500달러에서 600달러로 끌어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650달러), 씨티그룹(630달러), 골드만삭스(605달러), 웰스파고(600달러) 등도 엔비디아의 향후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로젠블랫의 경우 목표주가를 기존 800달러에서 1,100달러까지 상향하기도 했다. 할란 서 JP모건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며 “매력적인 투자 옵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