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넷플릭스 마케팅 따라하기’로 시장 점유율 확보 나서
웨이브, '밈' 마케팅 성과에 힙입어 오프라인 행사까지 'OO 말고 뭐봄?' 빈칸 채우기식 마케팅, 활용도 좋아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 '비교 광고', 그 효과는?
토종 OTT 업체 웨이브가 ‘넷플릭스 따라하기’에 심취해 있다. 대놓고 따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웨이브는 ‘요즘 넷플 말고 뭐봄?’, ‘요즘은 웨이브 봄’이라는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의 ‘요즘 넷플 뭐봄’을 차용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 웨이브가 이색 캠페인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웨이브의 노골적인 ‘넷플릭스 따라하기’
최근 웨이브는 지난 11일부터 ‘OO 말고 뭐봄?’ 형태의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넷플 뭐 봄?’이라는 넷플릭스 광고 카피에서 ‘OO 말고 뭐봄?’이라는 문장 형태를 따와 ‘밈(meme)’으로 활용해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일종의 모방 마케팅으로,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1등과 싸워라’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모방 마케팅은 젊은 층이 많은 홍대나 이대 등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등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모습이다. 웨이브가 최근 시작한 새 캠페인 ‘요즘 넷플 말고 뭐봄?’에서 한 단계 진화된 형태로, 중의적 표현까지 곁들이면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웨이브 측의 설명이다. ‘남친 여친 말고 뭐봄?’, ‘검색하다 말고 뭐봄?’처럼 다양한 확장력이 특징이다.
웨이브는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부산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 일대에서 ‘요즘은 웨이브 봄 추진위원회’의 콘셉트로 게릴라 오프라인 홍보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웨이브를 홍보하는 ‘MZ세대’ 대학생들이 웨이브를 상징하는 고유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파란색 깃발을 흔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것도 넷플릭스가 운영하는 카페 부스 바로 옆에서다. 이러한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한 웨이브의 넷플릭스 따라하기 마케팅은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OTT 성장에 국내 업체들 생존 위기
웨이브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OTT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 3년간 매년 큰 폭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처지다. 반면 넷플릭스는 최근 계정 공유 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대 최다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및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 압도적 1위다. 국내 주요 OTT 업체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브의 넷플릭스 모방 마케팅, 즉 ‘비교 광고’는 국내 OT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직접 비교하며 자사 제품을 부각하는 마케팅 기법의 일종인 비교 광고는 특히 선발기업을 추월하려는 후발기업의 입장에서 기업이나 상품의 열세를 만회하는 데 유력한 방법으로 통한다. 어떻게든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 싸움의 상대로 취급받을 수 있다면, 최소한 상대방과 같은 ‘급’으로 통용될 수 있다는 이치다.
비교 광고, 논란 있으나 정보 제공 및 경쟁 촉진 효과는 확실
그러나 이런 웨이브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비판과 “오히려 재밌다”는 긍정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물론 웨이브의 속내는 ‘잃을 게 없다’에 가까울 것이다. 최소한 선발기업의 상품과 자사의 상품을 비교하는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자체만으로도 후발기업으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점은 비교 주장에 대한 경쟁사의 반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에 못지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미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음을 스스로 확인 사살 하는 셈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전략은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기존 고객을 묶어 두고,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OTT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가치는 양질의 콘텐츠다. 신선한 마케팅을 통해 잠깐 화제에 오를 수는 있지만 소비자를 이끄는 것은 결국 콘텐츠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