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에서 투자자로, ‘사이버펑크 2077’ 개발사에 투자 단행한 네오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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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 'CD 프로젝트 레드' 후신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에 전략적 투자 
해외 콘솔 시장 협력 예정, 'P의 거짓' 흥행 발판 삼아 세계 시장 노린다
사업 확장 위한 투자에 힘 쏟는 네오위즈, 신기술 투자 계열사까지 마련

국내 게임사 네오위즈가 폴란드 게임 개발사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에 1,700만 달러(약 224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 지분 21.26%를 취득했다고 13일 밝혔다. 차후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P의 거짓’ 글로벌 흥행을 뒤이을 콘솔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사이자 ‘투자자’로 자리매김한 네오위즈의 행보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P의 거짓’ 이을 글로벌 흥행작 노린다

올해 설립된 신생 게임 개발사 블랭크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위처’ 시리즈, ‘사이버펑크 2077’ 등을 제작한 ‘CD 프로젝트 레드’의 인력들로 구성됐다. ‘P의 거짓’을 통해 북미,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네오위즈는 차후 블랭크와 전략적으로 협업, 해외 콘솔 시장에서의 성과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9월 출시한 P의 거짓은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다. 매출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업에 중점을 두던 네오위즈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네오위즈는 콘솔 게임 사업 확대를 위해 내부 개발 조직을 정비, 자체 라인업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역량을 갖춘 해외 개발사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네오위즈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콘솔 시장 규모는 약 561억 달러(약 7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양한 게임 플랫폼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특히 북미, 유럽 시장은 편의성 중심의 모바일 게임보다 콘솔 게임이 인기가 많은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김승철 네오위즈 공동대표는 “블랭크는 AAA급 게임 영역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스튜디오”라며 “이번 협업은 양사 모두에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펑크·위처 3, 흥행작 배출 인력들 의기투합

블랭크의 공동 창립자는 ‘CD 프로젝트 레드’의 핵심 인력인 마테우슈 카닉, 옌제이 무르스, 마르친 예피모프, 미콜라이 마르헤브카 등 4명이다. 마테우슈는 ‘위쳐3’ 공동 게임 디렉터이자 ‘사이버펑크 2077’의 게임·디자인 디렉터다. 옌제이는 해당 프로젝트의 프로덕트 디렉터를, 마르친은 해당 프로젝트들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미콜라이는 여러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자문위원과 감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게임 개발사 ‘루키즈(Rookiez from Warsaw)’ 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CD프로젝트가 지난 2020년 출시한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 2,500만 장을 넘어선 인기작이다(지난 10월 기준). 원작 소설 ‘사이버펑크 2020’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으로, 원작으로부터 57년이 지난 시점의 세계를 누비는 용병 V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기 IP로 등극한 사이버펑크 2077은 지난해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로 재탄생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영화 및 TV 제작사인 어나니머스 콘텐츠 스튜디오(Anonymous Content Studios)와의 협업을 통해 사이버펑크 2077 실사 영상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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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이버펑크 2077 공식 홈페이지

‘더 위처 3: 와일드 헌트(이하 위처 3)’는 CD프로젝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스토리 RPG 게임이다. 전작 대비 30배 이상 확장된 오픈월드,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는 ‘원작 충실’ 시나리오로 많은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위쳐 3은 권위 있는 게임 시상식 ‘게임 어워드 2015’에서 △올해의 게임상(GOTY) △최고의 개발자상(DOTY) △최고의 RPG상을 동시 수상, 그 게임성과 인기를 보란 듯이 입증했다. 2022년 4월 기준 글로벌 판매량은 전 기종 기준 자그마치 4,000만 장 이상이다.

게임 개발 넘어 ‘투자자’ 자처하는 네오위즈

네오위즈는 이 같은 블랭크의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네오위즈의 투자 행보가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네오위즈는 사업 확장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해 유망한 게임 기업 및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네오위즈는 게임 유통사 ‘밸로프’의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밸로프는 신주 191만4,771주를 발행해 26억7,000만원을 확보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 거래를 추진했다. 자금 조달보다 ‘사업 협력’에 중점을 둔 거래였다. 기존에 출시된 게임을 재가공해 다시 유통하는 리퍼블리싱(재발매) 사업을 영위하는 밸로프가 네오위즈가 보유한 게임 IP에 숨을 불어넣는 식이다.

이후 네오위즈는 양질의 인디게임에 투자·퍼블리싱을 진행하며 투자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2021년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을 시작으로 ‘고양이와 스프’ 등 유망 인디게임을 퍼블리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으로 정식 출시된 캐주얼 힐링 어드벤처 게임 ‘아카’는 출시 직후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플라이’의 사명을 ‘네오위즈파트너스’로 변경,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인공지능(AI)·로봇 등 신기술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 사업 및 사업 분야 확장에 대한 네오위즈의 열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 투자는 네오위즈가 앞세워 온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