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기업 ‘바워리 파밍’, 투자 부진으로 재정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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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농업 부문 VC 투자 감소하면서 자금조달 어려워져
에어로팜, 앱하비스트 등 동종 업계 스타트업 파산 신청도
바워리도 지난달 2차 구조조정에 이어 신규 농장 가동 연기

수직농업 스타트업 바워리 파밍(Bowery Farming·이하 바워리)이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구글벤쳐스(GV)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등으로부터 3억 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지만 애그테크(AgTech) 분야의 투자 부진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2년 새 투자금 3배 이상 감소, 기업가치 85% 하락

애그테크 분야에서 유망기업으로 인정받아 온 바워리는 2015년 설립 이래 GV,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테마섹 등 주요 VC로부터 7억 달러(약 9,15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트리니티자산운용(Trinity Asset Management) 등이 참여한 투자자 그룹으로부터 15억 달러(약 19조6,000억원)의 신용공여를 확보해 실내농장 네크워크를 성장시켰다.

이어 지난달에는 시리즈 D라운드를 통해 8,500만 달러(약 1,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당초 목표액인 2억2,000만 달러(약 2,86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바워리는 지난 2021년 피델리티자산운용(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FMR)이 주도한 시리즈 C1라운드에서 3억2,000만 달러(4,100억원)를 확보했지만 2년 새 투자금이 3배 이상 감소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지난 10월 바워리는 1차 감원에 이어 5개월 만에 2차 감원을 실시했다. 구조조정의 범위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마케팅과 경영 부문에 대한 감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초 올해 1분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조지아와 텍사스의 농장 2곳의 가동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수직농업과 같은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서의 투자가 크게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애그테크 분야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FMR은 현재 바워리의 기업가치를 23억2,0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로 평가했다. 지난 2021년 시리즈 C1라운드 당시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2년새 85%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바워리는 시리즈 D라운드를 마친 후 “이번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자가 일부 참여했다”며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은 바워리의 비즈니스 원칙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파트너들의 지속적인 신뢰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7~2023년 실내농업 부문 VC 투자 현황(2023년은 3분기 기준), 주: 총 거래액(네이비), 총 거래횟수(옐로우)/출처=Pitchbook

투자사들 “바워리 재정 위기로 이자 상환 어려워”

이런 가운데 KKR 어드바이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3분기 어닝콜에서 “직전 분기 바워리가 이자 상환 방식을 PIK(현물 지급)로 전환했다”며 “현재 대출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재정적 위기에 노출된 상태로 여신거래약정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리니티자산운용도 11월 1일 발표한 3분기 어닝콜에서 동일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바워리의 이자 미계상(non-accrual) 상태는 9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지난달 시리즈 D라운드를 통해 조달한 8,500만 달러(약 1,100억원)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바워리는 “현재 KKR를 비롯한 대출기관들과의 계약에 따라 이자비용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당초 예산에 편성된 이자비용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이자 미계상 상태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으며 채권자들과의 관계도 좋다”며 “대출기관의 우려와 달리 지난 3분기 신용공여 원금 1,500만 달러(약 196억원)를 상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바워리의 대출담보 추정가치가 급락하면서 공정가치도 하락했다. 공정가치는 대출기관이 해당 기업에 대한 채권투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매 분기 공시한다. 올해 3분기 KKR는 바워리에 대한 채권투자의 비용 대비 공정가치를 22%로 평가했다. 이는 이자 미계상 상태가 아니었던 2분기 81%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바워리에 대한 채권투자 비중이 작은 트리니티는 2분기 비용 대비 공정가치를 99%로 평가했다.

최근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실내농업 부문에서 철수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실내농업 부문의 VC 투자액은 2억7,550만 달러(약 360억원)로 전년 동기 21억 달러(약 2,700억원) 대비 87% 감소했다. VC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실내농업 기업이 벤처기업 수준의 투자와 수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내농업은 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초기 단계부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고정경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늘어날 경우 재정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피치북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프레드릭(Alex Frederick)은 “실내농업은 매우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라며 “그동안 이 부문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설치, 확장, 운영을 위한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내농업 기업인 에어로팜(AeroFarms), 앱하비스트(AppHarvest), 카레라(Kalera) 등은 파산법 제11조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했다.

바워리 “생산·비용·상업적 측면에서 견고한 상태”

채권 등 부채에 변동금리를 적용받은 바워리도 1년새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났지만, 실내농업 부문의 경쟁사들보다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전히 매장에서 바워리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기존 농장들도 건재하다. 현재 바워리는 농장 5곳을 운영 중이며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아마존 프레쉬(Amazon Fresh), 앨버슨(Albertsons) 등 글로벌 식품 체인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바워리의 마이클 린턴(Michael Lynton) 이사는 “바워리의 운영체계는 생산, 비용, 상업적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이며 견고하다”며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소매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워리는 스스로를 미래농업의 아이콘으로 홍보해 왔다. 바워리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물 사용량도 전통 농업기술 대비 10% 수준으로 절감했다. 크리스피 리프(crispy-leaf) 상추와 같이 신품종을 독점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딸기 수확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트랩틱(Traptic)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트랩틱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루이스 앤더슨(Lewis Anderson)은 인수 이후 바워리의 로보틱스 총괄책임자로 선임됐지만 현재는 바워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