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탄소배출 스타트업 역대 최고 투자금 유치
VC 시장 침체에도 76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 바이든 행정부, 그린기술에 5,000억 달러 투입 이상기후 지속되면서 기후테크 투자도 확대
올해 3분기 기후테크 기업 중 탄소배출과 관련한 스타트업들이 VC 펀딩을 통해 76억 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탄소중립과 관련해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외에도 펀딩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함으로써 공장 운영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3분기에 펀딩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은 이전 기록인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로, 탄소배출 스타트업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VC 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기록을 경신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 보조금 외에도 펀딩 통해 대규모 투자금 확보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이 공개한 ‘3분기 탄소배출 기술 보고서(Q3 2023 Carbon & Emissions Tech Report)’에 따르면 스웨덴의 녹색철강 스타트업 H2그린스틸(H2 Green Steel)은 16억 달러(약 2조100억원)의 투자금을 조성했고 배터리 재생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는 시리즈 D라운드에서 9억 9,72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피치북의 애널리스트 존 맥도나(John MacDonagh)는 “지난 3분기 탄소배출 기술과 관련한 투자 중 2억5,000만 달러(약 325억원) 이상의 거래는 총 8건”이라며 “기후테크 부문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규모”라고 설명했다.
최근 VC 시장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나 핀테크 산업의 투자 가치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탄소배출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올해 7월까지 프리시드·시드·후기단계 스타트업들의 투자 전 기업가치는 지난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배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안정세에 들어선 데는 보조금 등 미 정부의 인센티브가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탈산소화(decarbonization) 관련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식 담보 없이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행 1년을 맞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공급망을 비롯해 그린수소, 직접공기포집(DAC), 재생에너지 그리드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IRA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온실가스 저감 등 그린기술 관련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으로 주로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IRA에 따라 올해 연방정부가 태양 전지판, 히트펌프,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기술에 5,000억 달러(약 671조원)를 투입한 데다 정부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녹색 채굴(green mining), 건물 에너지 성능 개선 등 기후테크 부문 기업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해당 분야의 투자와 거래도 급증했다.
‘2050 탄소중립’ 위한 새로운 그린기술 투자 확대
전 세계 주요국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함에 따라 탄소 제거(CDR), 저탄소 광물 채굴, 직접대기탄소포집 등에 대한 VC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마존, JP모건 등 대기업들은 탄소배출권(carbon removal credits)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그린테크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테크 투자사 세컨뮤즈(SecondMuse)의 설립자인 토드 코젠(Todd Khozein)은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생산량 증대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방정부의 보조금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책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7곳의 수소허브에 총 70억 달러(약 9조5,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과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VC 시장이 침체되면서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은행 등 대출기관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지만 현재는 VC 시장의 침체가 탄소배출 스타트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프리시드·시드·후기·성장단계에서 스타트업의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으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패밀리 오피스의 투자도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1940년 이후 가장 더운 해가 될 전망이다. 올겨울 남극 해빙 면적도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젠은 “이제 이상기후는 단순히 폭염이나 폭풍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기후 변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