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중개부터 광고 요금제까지, ‘스트림플레이션’에 휘둘리는 OTT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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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 공유 단속 정책 국내 상륙 소식에 '넷플릭스 파티원' 모집 플랫폼 급성장
OTT 서비스로 영리 활동을? OTT 업체 약관·저작권 라이센스 위반 소지 있어
부담 가중된 계정 공유 대신 저렴한 '광고 요금제' 택하는 소비자도 급증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이 국내에 본격 상륙한 가운데, ‘OTT 파티(다수의 인원이 모여 OTT 구독 비용을 나눠 내고 계정을 공유하는 것)’ 모집을 위한 플랫폼이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해 촉발된 ‘요금 절약’ 수요를 흡수하며 덩치를 불려 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정 공유 모집 업체가 OTT 업체 약관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후 플랫폼은 물론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법적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넷플 파티, 여기서 모집하세요’ 중개 플랫폼 성황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 ‘계정 공유 단속’ 정책 시행을 예고하고 나선 바 있다. 해당 정책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기존 계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넷플릭스 난민’은 300만 명에서 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넷플릭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200만 명 중 60%가 계정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60%가 다른 사람과 요금을 분담(컨슈머인사이트 조사)하고 있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한 수치다.

‘넷플릭스 파티’의 형태 자체가 급변하는 가운데, 계정을 공유할 ‘파티원’ 모집을 중개해 주는 업체들이 고개를 들었다. 플랫폼이 개인 모집 파티의 고질적 문제인 ‘사기 피해’를 막는 보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OTT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들은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을 새로운 이용자 유치 기회로 보고 있다.

계정 공유를 유료화한 ‘계정 공유 단속’은 사실상 요금 인상안에 가깝다. 이들 업체는 1인이 납부해야 하는 구독 비용이 증가한 만큼, 안전하게 계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수요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용자들이 콘텐츠 화질에 제한이 있는 1인용 베이식 요금제(월 9,500원)보다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고가 요금제 계정 공유(월 9,000원)를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정 공유 중개는 ‘불법’이다?

대표적인 중개 서비스로는 ‘링키드’가 있다. 링키드는 공유자(파티장)와 피공유자(파티원)의 공동 구독 계약을 중개하는 서비스로, 중개·보증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OTT 중개 플랫폼 피클플러스의 사업 형태 역시 링키드와 유사하다. 이들은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을 적용한 새로운 중개 상품을 선보이며 발 빠르게 수요 선점에 나섰다.

사진=링키드

문제는 계정공유 이용자 모집을 통한 영리 활동 및 영업 활동이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다수의 OTT는 자사 서비스를 활용한 영리 및 영업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계정 공유를 통한 영리 활동은 단순 약관 위반을 넘어 저작권 라이선스 부여 범위를 벗어날 위험이 있다.

계정공유 모집 업체 중 OTT와 공식 제휴한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 업체는 사실상 무단으로 약관을 위반하고 저작권을 침해하며 영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이용자 역시 약관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OTT 업체들이 방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고,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계정 공유는 별로’ 광고 요금제 수요 증가

계정 공유 단속, 가격 인상 등을 필두로 한 ‘스트림플레이션’은 중개 플랫폼의 등장 외에도 수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소비자의 광고 요금제 수요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3일 한국 등 9개국을 시작으로 스트리밍 중 광고를 송출하는 대신 요금을 낮춘 ‘베이식 위드 애즈'(Basic with ads)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요금은 한국에서 5,500원, 미국에서는 6.99달러로 책정됐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는 출시 약 1년 만에 전 세계 1,5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지난 5월 약 500만 명이던 광고 요금제 이용자 수가 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수익성 개선 방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넷플릭스의 2023년 1분기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베이식 위드 애즈 요금제 가입자는 월 15.49달러를 납부하는 ‘스탠더드’ 요금제 가입자보다 수익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넷플릭스 외 글로벌 OTT 플랫폼들도 하나둘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토종 OTT인 티빙이 광고 요금제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OTT 구독료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광고 요금제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10대 소비자가 광고 요금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미디어렙 메조미디어가 발행한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리포트’가 만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10대의 OTT 광고 요금제 이용 경험은 응답자 중 40%로 20대(28%), 30대(21%), 40대(32%), 50대(18%)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