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후발주자’ 디즈니플러스·쿠팡플레이의 맹추격, 잊혀진 유료 방송
'아직 늦지 않았다' 특화 콘텐츠로 승부 거는 디즈니플러스·쿠팡플레이 OTT 경쟁하는 사이 움츠러든 유료 방송 수요, 올 상반기 성장률 '0%대'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OTT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국내 콘텐츠 시장
국내 OTT 업계 후발주자인 디즈니+와 쿠팡플레이가 ‘특화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디즈니+는 검증된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한 ‘서민 영웅’ 작품에 힘을 쏟는 한편, 쿠팡플레이는 축구, 농구 등 스포츠 콘텐츠를 필두로 빠르게 덩치를 불려 가는 추세다. 반면 OTT 경쟁에 밀린 유료 방송 시장은 올 상반기 ‘성장률 0%’의 굴욕을 떠안으며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디즈니+와 쿠팡플레이의 ‘넷플릭스 추격’
디즈니+는 서민 영웅 서사를 그린 웹툰 IP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3분기 실적 공신으로 꼽았던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초능력을 숨기며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품은 채 살아온 부모의 이야기로, 소중한 사람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민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
디즈니+가 지난 8일 공개한 <비질란테> 역시 웹툰 IP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으로 활동하는 남주혁(김지용 역)이 밤에는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자경단원(비질란테)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나라 정서에 적합한 서민 영웅 서사로 공개 하루 만에 디즈니+ 한국 TV쇼 부문 1위에 올랐으며, 지난 10일에는 OTT 통합 검색·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집계한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후발 주자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에 힘을 실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00만 명에 그쳤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제작비 부담이 없고, 각 종목 팬들을 장기간 붙잡아 둘 수 있는 ‘스포츠 중계’가 성장세를 견인한 것이다. 올해 7월에는 유럽 최정상 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라리가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한국에 초청, 친선경기를 주최하며 스포츠 팬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OTT 격돌 속 힘 빠지는 유료 방송
OTT 업체 사이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유료 방송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굴욕을 맛봤다. OTT 오리지널 작품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대다수 소비자가 유료 방송 대신 OTT 구독을 선택하면서다. 최근 들어서는 ‘유료 방송은 끊어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끊을 수 없다’는 식의 웃지 못할 농담마저 나도는 추세다.
유료 방송이 ‘침체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료 방송 가입자 수는 3,634만7,495명으로 전년 대비 9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장률은 0.2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년 3~4%대의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던 IPTV는 1.21% 성장하는 데 그쳤고, 케이블TV(SO) 가입자는 약 5만 명 감소했다.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로 무장한 OTT가 유료 방송을 밀어내며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룡 OTT’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디즈니+와 쿠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그 아래에 토종 OTT ‘터줏대감’인 티빙과 웨이브가 자리하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OTT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에 사실상 유료 방송이 설 자리는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