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X 규모 감소에 ‘경영공백’ 우려 띄운 카카오, 정작 대중들은 “글쎄”
카카오 CAPEX 집행 규모 감소 전환, 업계 "SM 시세조종 수사 때문" '먹통 사태' 원죄 못 씻은 카카오, "애초부터 사업 확장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일시적 변동에 일희일비해선 안 돼, 성급한 결과 도출 경계해야"
카카오의 올해 3분기 CAPEX(설비투자) 집행 규모가 3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최종 결정권자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카카오 측은 “곤두박질치는 주가와 실적 견인을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장기화되며 카카오의 투자 시계가 당분간 멈출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반론도 적지 않은데, 애초 카카오라는 기업 자체가 설비투자에 그리 힘쓰는 기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찰 출두 명령을 받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감싸기 위해 경영공백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카카오 3분기 CAPEX 1,544억원, 전년 대비 17.3% 감소
15일 카카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3분기 CAPEX에 1,544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한 수치다. CAPEX란 기업이 미래의 이윤 창출을 위해 미리 투자하는 비용이다. CAPEX 지출액은 곧 기업의 투자 규모를 의미하는데, 때문에 CAPEX는 해당 기업의 투자 여력과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카카오의 CAPEX 감소는 현재 사업 확장과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카카오의 CAPEX 추이를 살펴보면 카카오는 매년 1분기 CAPEX를 소규모로 집행하다가 2~4분기엔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투자 규모도 매년 확대해 왔는데, 올해 3분기엔 이 같은 흐름이 끊어진 셈이다. CAPEX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건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업계에선 “카카오의 CAPEX 감소는 SM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된 주요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시세조종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검찰과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8월에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 했으며, 지난달 18일 법원으로부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3일 카카오 투자의사 결정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배 대표를 구속 기소했고, 이날 김 센터장까지 불구속 송치했다. 카카오 1·2인자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카카오의 신사업 및 투자에 당분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1·2인자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주요 투자나 신사업 결정은 최고결정권자인 이들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공백이 장기화하면 카카오의 투자 시계는 내년까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애초부터 설비투자에 소홀했다”
다만 일각에선 카카오의 CAPEX 규모 감소를 무조건 경영공백의 결과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카카오 자체가 CAPEX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드러난 카카오의 실태는 대중들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카카오의 CAPEX 규모는 경쟁 기업인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카카오의 M&A(인수합병) 금액은 네이버를 앞섰는데, 이는 결국 플랫폼 관리나 연구개발 투자보단 사업 확장에만 집중한 카카오의 면모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며 사업화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지난 2013년 일찍이 강원 춘천시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완공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뒤처진 셈이다.
카카오의 CAPEX 규모가 감소한 건 먹통 사태 발생 이후 카카오 입장에선 이례적으로 CAPEX 규모를 대폭 확대한 탓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4% 감소했음에도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CAPEX 비용으로 6,428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2021년 3,707억원과 비교하면 57%나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비용이 포함되는 유형자산 투자엔 4,529억원을 사용하며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더 투자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지난 9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완공했으며, 2026년까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 제2데이터센터도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단기적인 CAPEX 규모 감소를 경영공백 우려로 확장하는 데 경계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