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빠진 클래스101, 시리즈B 브릿지 투자 유치하며 회생 노린다
16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공한 클래스101, 자본잠식 위기 벗어날 수 있을까 쪼그라든 에듀테크 기업 투자, 영업비용 감당 못한 클래스101 '적자 늪'으로 혹한기 에듀테크 생존 비결은 '콘크리트 수요'? 유행 아닌 '콘텐츠'에 집중해야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이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토스·당근 등 다수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굿워터캐피털을 비롯해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산업은행,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교육’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한 에듀테크 시장은 최근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적자를 쌓아가던 클래스101은 시장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올 초 완전자본잠식 기업으로 전락했다. 지난 8월에는 클래스101이 사무실 월세를 납부하지 못해 전대료 납부 독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번 투자금은 과연 벼랑 끝에 몰린 클래스101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5,300개 클래스 확보, ‘구독 모델’ 출시로 수익성 개선
클래스101은 폭넓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으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출신 학생들이 설립해 ‘학생 창업’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히기도 한다. 2018년 3월 서비스 론칭 이래 비대면 클래스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고속 성장을 이어왔으며 유연근무제, 사택지원, 포괄임금제 폐지 등 파격적인 복지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클래스101은 드로잉, 운동, 공예, 투자, 부업 등 약 5,300개 이상의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매달 추가되는 신규 클래스는 약 100개가량이며, 각 분야 재능을 보유한 이용자가 직접 클래스를 개설할 수도 있다. 일부 이용자는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 평생교육바우처, 문화누리카드 등 국비지원을 통해 클래스101 내 강의를 수강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미국, 일본 서비스를 통합해 클래스 업계 최초로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월 19,900원을 납부하면 클래스101에 탑재된 강의들을 무제한 수강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글로벌 구독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유료 구독자 15만 명을 달성하고, 구독 전환 1주년을 맞은 지난 9월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등 원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클래스101은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구독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클래스메이트(서비스 이용자)와 크리에이터들의 경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대선 클래스101 대표는 “월간 흑자 전환에 이어 시리즈B 브릿지 투자까지 긍정적 기회들을 발판 삼아 보다 체계적이고 압도적인 성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총계 마이너스’ 위기 맞이한 클래스101
그러나 클래스101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지난해 6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 167억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은 2021년 170억원, 지난해 290억원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당기순손실은 295억원에 달했으며, 회사의 자본총계 역시 -14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손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다. 지급수수료 지출이 불어나는 가운데, 강사 강의료, 콘텐츠 개발비, 마케팅 비용 등이 줄줄이 매출액을 웃돌며 영업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클래스101의 지난해 지급수수료 지출액은 348억원, 광고선전비(140억원)·급여(227억원) 등을 포함한 영업비용은 946억원에 달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클래스101은 수 차례 이어진 투자 유치에도 불구하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계를 마주한 클래스101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초 50여 명 규모 구조조정을 한 차례 단행했으며, 지난 7월에는 전직원이 참여하는 스페셜 타운홀미팅을 통해 1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추가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350명 규모였던 클래스101 직원 수는 현재 200명 밑까지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도입된 구독 서비스 역시 일종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쉽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난 8월 위워크 선릉점(위워크서울3호 유한회사)이 클래스101에 ‘전대료 지급 독촉’을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클래스101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전차료 및 관리비 등 총 13억9,871만원을 미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자와 악재가 나란히 쌓여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시리즈 B 브릿지 투자금이 클래스101의 ‘동아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찬바람 부는 에듀테크 시장, ‘실용성’이 살길
이 같은 위기는 비단 클래스101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에듀테크 분야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금은 지난 2021년 5,162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2년 2,530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올 들어서는 400억원 미만까지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며 대면 교육이 재개된 가운데, 고금리로 인해 투자마저 위축되며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한파 속에서 생존한 에듀테크 기업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콘크리트 수요’를 노렸다. 유튜브 등 무료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품질의 실용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며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일례로 교육 거래 플랫폼 탈잉은 작년 4분기부터 기업 임직원으로 타깃을 바꿨다. 직무 교육을 포함해 운동, 취미, 자기계발 등 복지 프로그램을 수백 개 기업에 원격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45억원 적자를 낸 탈잉은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 6월에는 월 영업이익이 최초로 1억원을 돌파했다.
앱 개발, 재무제표 분석, 일러스트 제작, 코딩 등 실무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제공하는 패스트캠퍼스 역시 ‘투자 혹한기’ 속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미국·일본에 진출한 디자인·일러스트 중심 교육 서비스의 경우 상반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시장은 ‘유행’에만 기대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변했다. 클래스101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이고 경쟁력 있는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