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돈이 된다, 글로벌 자금 쏠리는 미국 국방·방산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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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군수 물자 수요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국방 섹터로 자금 집중
대표적 미국 군수 기업 '쉴드AI', 약 3조5,500억원 규모 기업 가치 인정받아
'세컨더리 펀드', 프라이머리 펀드보다 기업 가치 높게 하는 사례도 

미국 국방 섹터로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대거 쏠리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와 최근 발발한 이-팔 전쟁으로 인해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글로벌 군수 물자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techcrunch

국방·방산 분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부상한 이유는?

사실 과거까지만 하더라도 국방 섹터는 VC 업계의 눈길 밖에 있었다. 전쟁이라는 키워드의 특성상 윤리적 문제가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만큼 출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고, 또 안보 문제로 인해 기업들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많아 정부 계약을 확보하기 까다로운 데다, R&D(연구개발)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즉 국방 분야는 신속하게 자금을 회수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VC의 입맛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중 기술 군비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 이-팔 전쟁 발발 등으로 글로벌 군수 물자 수요가 크게 늘자 이를 포착한 미국이 안보 및 방위 산업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고, 이에 해당 섹터 시장으로 자금이 활발히 돌면서 관련 스타트업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7년 총액 대비 올해 40%나 투자 규모 상승한 국방·방산 분야

실제 위성 이미지·인공 지능·우주 기술·사이버 보안·자율 로봇 공학 등 국방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한 국방 분야 스타트업들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VC 자금으로 거의 1,000억(약 130조9,945억원)가량을 투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년간 투자받은 총액을 합친 것보다 40% 더 많은 금액이다.

특히 미국의 국방·방산 분야에 AI 기술이 맞물리면서 해당 분야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실례로 미국의 AI 기반 국방 드론 공급업체인 쉴드AI(Shield AI)는 지난 1일(현지 시간) 27억 달러(약 3조5,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2억 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투자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말 22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를 22%나 웃도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쉴드AI의 핵심 기술력 중 하나인 ‘하이브마인드(Hivemind)’다. 하이브마인드는 여러 항공기가 편대형 공격, 수비가 가능하도록 개체들의 서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기술로, 이를 통해 무인 항공기들은 파일럿 없이도 항공 전투에 복잡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통상 10~20대 남짓 편대의 파일럿 항공기가 전투에 투입되는 전쟁에서 쉴드AI의 기술력을 통해 많은 파일럿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만큼 향후에도 쉴드AI의 수요 전망은 밝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국방·방산 분야의 경우 현재 엄청난 자금이 쏠리고 있는 데다,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쉴드AI만 봐도 여러 개체가 상호 의존적으로 합을 맞춰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공중 전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것은 물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기 위한 게임 이론(Game Theory), 시뮬레이션(Simulation) 등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모델링 지식도 두루 겸비하고 있다.

미국 국방·방산 분야 투자 규모(2023년은 11월 1일 기준), 주: 거래 규모(네이비), 거래 건수(옐로우), 당해년 누계 거래 규모(민트), 당해년 누계 거래 건수(오렌지)/출처=Pitchbook

세컨더리펀드도 국방·방산 분야 관심 보여

한편 세컨더리(Secondary) 펀드 시장도 국방·방산 분야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PEF)나 VC가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프라이머리(Primary) 펀드라고 하는데, 세컨더리 펀드는 VC나 PEF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을 다시 인수하는 펀드를 뜻한다. 통상 세컨더리 펀드는 투자금 회수가 급한 프라이머리 펀드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대신, 헐값에 해당 주식 및 지분을 사들여 수익을 본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프라이머리 펀드와 세컨더리 펀드의 입지가 바뀌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들이 프라이머리 펀드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국방·방산 분야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잔바토(Zanbato)에 따르면 현재 세컨더리 펀드 시장에선 전투용 자율 시스템 제조업체인 안두릴(Anduril)의 가치를 주당 18달러로 평가했는데, 이는 지난 12월 프라이머리 펀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주당 16.52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