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 예상되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 국내 완성차 업계 “LFP 배터리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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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개선된 LFP 배터리, 완성차 업계서 예상보다 넓고 빠르게 확산 
‘테슬라, BYD’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이미 LFP 배터리 상용화에 집중
국내 배터리 업계 양산 시점은 ‘2026년’이나 돼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의 내부 모습/사진=현대자동차그룹

국내 완성차 업계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산 LFP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와 협력 및 개발에 나섰다. 테슬라, 비야디(BYD)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기존 전기차 수요를 웃도는 보급형 모델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삼원계 배터리 외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을 늘리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LFP 배터리 개발·양산을 서두르는 가운데, 중국 배터리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LFP 배터리 내재화’ 위해 중견 배터리업체와 협력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급형·중저가 전기차에 적용할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업체들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진행되는 2개년 프로젝트로, 내년 말이면 LFP 배터리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6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LFP 배터리 내재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개발을 통해 배터리셀 용량을 60암페어(Ah) 이상으로, 에너지 밀도 역시 300와트시(Wh)/Kg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는 니켈 기반 삼원계(NCM) 배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목표치에 근접할 경우 LFP 배터리로는 업계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개발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대형 배터리 3사 외에 중견 배터리업체와도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다른 중견 업체와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 이후 양산은 양산 경험이 많은 배터리 3사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우선 내년까지는 중국산 LFP 배터리로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후 2025년부터는 국내산 배터리를 상용화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보급형·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 개선된 성능에 전기차 업계 ‘너도나도’ 보급형 전기차 시장 공략

현대차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LFP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용량이나 성능이 많이 개선된 데다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까지 늘었다.

테슬라, 비야디 등 전기차 시장의 선두 업체들은 물론,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업체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Y를 국내 선보인 바 있으며, 기아도 지난달 21일 경차 ‘레이 EV’에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했다.

KG모빌리티도 같은 날 자사의 전기차 ‘토레스 이브이엑스’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한 이 차량의 출고가는 E5 모델 기준 4,750만원으로, 정부 보조금 등을 받을 경우 실구매가가 3천만원 후반으로 떨어진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토레스 이브이엑스가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고 우리가 중국산 배터리만 쓴다고 단정 짓지는 말아야 한다”며 “차종마다 그때그때 최적의 조건을 찾아 선택한다. 현재 중국산 LFP 배터리가 화재 안전성, 주행거리, 가격 면에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 개발 서두르는 ‘국내 배터리 3사’

LFP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 개발·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 대형 배터리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 대응을 위해 LFP 기반 제품을 개발 중이라 밝혔으며, 삼성SDI도 같은 해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소재 생산과 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SK온은 일찍이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된 SK온의 LFP 배터리는 영하 20도 내외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절반 가까이 급감하는 중국산 LFP 배터리 대비 최대 80%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양산 시점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30년에 40%까지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2026년으로 예상되는 양산 시점은 비교적 늦은 편”이라며 “차라리 시제품 개발에 집중해 완성차업체의 중저가형 전기차 개발 과정에 관여하면서 물량을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가운데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CATL과 BYD가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