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여론’ 급증해도 미래는 ‘낙관적’?, 거품 갇힌 자율주행 기업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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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 자율주행차 선호 비율 높아, Z세대서 특히 선호"
기술 발전 더딘 자율주행 업계, '여론의 함정' 빠지나
기술적 한계 드러난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 우선돼야"
현대의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셔널 자율주행 로보택시/사진=모셔널

모빌리티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1,000명 중 ‘자율주행차’ 선호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강화된 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각종 애로사항으로 로보택시 24시간 운영이 폐지됐음에도 소비자 사이에선 여전히 자율주행차의 활용성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간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지적 설문조사 하나에 일희일비를 가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모셔널 “美는 자율주행차에 낙관적”

2일 현대자동차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JV) 모셔널은 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선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음을 알렸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모셔널은 “자율주행차의 ‘실용성’을 선호하는 심리가 설문조사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응답자 중 Z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음식배달’ ‘출퇴근’ ‘야간이동’ 등을 이유로 자율주행 택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Z세대의 경우 응답자의 54%가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해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택시의 특장점으로는 ‘음식배달 시 가격적 실용성’이 원픽으로 꼽혔다. 미국은 음식을 배달할 떄 가격의 일부를 팁으로 내야 하는데, 그 가격이 평균적으로 주문 시 총가격의 15~25%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아크셰이 자이징 모셔널 부사장은 “자율주행 택시를 활용한 음식배달은 미국 특유의 팁 문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며 “모셔널은 이 같은 소비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니즈를 충족시킴으로써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모셔널은 “미국은 자율주행차에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미 소비자는 AI와 자율주행,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 등을 사회 변화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는데, AI(33%)에 이어 자율주행차가 17%로 두 번째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모셔널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스마트 도시엔 이미 자율주행차가 배치돼 운영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 내 Z세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불안 요소 여전한 자율주행, “레벨 3도 삐걱삐걱”

최근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의 ‘도전’ 그 중심엔 자율주행차가 있다. 현대차는 모셔널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전기차인 아이오닉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전 세계 중요 거점에서 순차적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모셔널은 이미 무인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최종 테스트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1년간의 테스트를 받았는데, 모셔널 로보택시는 12만5,000회 이상 운행하는 동안 무사고로 200만여 km를 달리는 성과를 냈다. 테스트 기간 모셔널 로보택시에 탑승한 고객 약 90%가 긍정적인 리뷰를 남기는 등 순탄한 대로가 이어진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로보택시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각)엔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이 크루즈의 로보택시 배치 및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안전에 대한 위협이 늘어남에 따라 운행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DMV가 제시한 크루즈 운행 중단의 주요 원인은 보행자 뺑소니 사고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일반 차량에 치인 여성을 로보택시가 6m가량 끌고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일엔 라스베이거스에서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길거리 로봇 안내원을 뺑소니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들은 로보택시의 브레이크 작동 및 주위 안전 확보 기술에 불신의 불꽃을 틔우기에 충분했다.

진정한 자율주행으로 꼽히는 레벨 4, 레벨 5 자율주행은 여전히 꿈의 기술이라는 점도 인식을 낮추는 데 기여한 부분이 있다.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무궁한 기술 발전이 이뤄진 게 사실이지만, 결국 실질적으로 발전된 양상을 보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단계에 도달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누는데, 그나마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은 레벨 3 정도다. 레벨 3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AI가 운전대를 조작하고 속도도 조절하지만 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이 아닌 이상 여전히 운전자의 보조가 필요하다. 게다가 현시점에 레벨 3에 도달한 기업조차 혼다와 메르세데스 벤츠 2개사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 발전이 지나치게 더디다 보니 자율주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솟아오르고 있다.

‘거품’ 꺼지는 자율주행, “한계 명확히 드러나”

로보택시 운행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웨이모와 크루즈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사례는 현재까지 없었으며, 오히려 자율주행 차량은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더 안전하다”고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하다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아직 미완성된 자율주행 기술을 제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교통 기관, 소방서 등 관련 부서 책임자들은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응급 서비스를 방해하는 등 불규칙한 운전을 일삼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안전한 거리 시위대(Safe Street Rebel)’는 자율주행 서비스 확장에 항의하며 자율주행 차량 위에 주황색 고깔을 올리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처음 뛰어든 뒤 여러 업체와 학계, 정부가 투자에 나선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태 자율주행차 기술은 중간 단계에도 채 발을 걸치지 못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운전면허를 소지한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기상조’라고 답변한 비중은 2020년 37.5%에서 2023년 46.7%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늘었다. 자율주행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기술적 수준이 아직 로보택시 상용화에 이를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음을 소비자도 파악하기 시작했단 의미다. 국지적 설문조사 하나에 일희일비를 가려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도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줄이고 있다. 자율주행에 대한 한계는 이미 명확해졌다. 앞으로는 자율주행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나마 최대한의 활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자사의 기술력을 기존보다 높이 평가하는 자가당착적 행위를 멈추고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