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대표 주 ‘위워크’ 파산 위기, 쪼개기 재임대 ‘황금기’ 끝났다
이자 상환 실패한 위워크, 상환 유예 반복한 끝에 파산 위기 놓였다 저금리·유동성 딛고 성장한 '쪼개기 재임대' 사업, 고금리 닥치자 줄줄이 '휘청' 국내 기업들도 예외 아니다, 韓 공유오피스 기업 손실 본격적으로 불어나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계 ‘대표 주자’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위워크가 이르면 다음 주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연방파산법(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유오피스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와 유동성 축소까지 이어지며 위워크는 사실상 ‘벼랑 끝’까지 몰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워크의 위기가 사실상 공유오피스 업계 전반의 위기를 대표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후 위워크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택한 기업들이 줄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자 납부 불가능’ 벼랑 끝 몰린 위워크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건물 전체나 일부 층을 임대, 내부 공간을 분리해 개인 또는 스타트업에 재임대하는 사업을 운영해 왔다. 2016년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169억 달러(약 22조원)을 발판으로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2019년에는 470억 달러(약 6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 자리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안팎에서 악재가 쌓이며 최근 적자의 늪에 빠졌다.
벼랑 끝에 선 위워크는 지난달 9,500만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이자 지급에 실패하며 본격적인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회사는 “현금이자 3,730만 달러, 현물이자 5,790만 달러의 상환을 30일간 유예한다”고 공시, 급박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파산보호 신청 없이 건물 임대료를 낮추고 재무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위워크는 30일간의 유예 기간 내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채권자들과 이자 상환 유예 기간을 7일 더 연장하는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주일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재무 상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만약 WSJ 보도대로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위워크는 값비싼 상업용 부동산 임대의 일부를 청산하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통제권을 채권자에게 넘길 수 있다. 파산보호는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재무 상황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누적된 악재,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타’
위워크는 임대한 건물을 다시 빌려주는 전대, 이른바 ‘쪼개기 재임대 사업’을 바탕으로 우버(택시), 에어비앤비(숙박)와 함께 ‘공유경제 삼대장’으로 불렸다. 쏟아지는 시장 기대에 힘입어 위워크는 한동안 빠르게 덩치를 불려 왔다. 현재 위워크의 공유 오피스가 분포한 도시는 △한국 서울·부산 △미국 뉴욕·워싱턴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자그마치 119개에 달한다.
하지만 2019년부터 본격적인 악재가 시작됐다. 공동 창업자 애덤 뉴먼이 부정 현금 거래로 퇴출된 것이다. 2021년에는 기업공개(IPO)에 실패해 특수목적합병법인(SPAC)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하기도 했다. 악재가 쌓여가는 가운데, 위워크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공유 오피스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수요 부족으로 공실률이 치솟은 와중에 부동산 호황기에 임대 계약을 체결한 건물들의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며 위워크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투자자들은 공유 오피스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고, 기업 가치는 밑바닥을 쳤다. 2019년 470억 달러에 달했던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올 들어 주가가 96% 폭락하며 3년 전의 387분의 1 수준(약 1,61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위워크는 적자로 허우적대며 올 상반기에만 5억3,000만 달러(약 7,058억원)의 현금을 소진했다. 6월 말 기준으로 남은 현금 규모는 2억500만 달러(약 2,729억원)에 불과하다.
“남 일 아니다”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들 ‘긴장’
위워크의 위기는 공유경제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쪼개기 재임대’가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보장될 때뿐이다. 최근처럼 금리가 뛰며 임대료가 오르고, 자금 유동성이 축소되는 상황에는 부동산 임대를 바탕으로 하는 사업 전반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위워크코리아, 스파크플러스, 패스트파이브 등 국내 공유 오피스 기업들의 ‘존속’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의 피해는 위워크 본사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한국은 도심 내 사무실 수요가 높아 미국 대비 공실률이 낮고, 코로나19 당시에도 재택근무가 아닌 ‘유연근무제’를 택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위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동일한 위험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이들 기업의 실적은 고금리 기조의 충격으로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패스트파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39억원) 대비 138%가량 증가한 93억원에 달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로 자본잠식 상태다. 위워크코리아도 지난해 1,4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1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사업이 출범한 2016년도부터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왔다.
벤처 업계에서는 공유 오피스 사업의 일시적인 흥행이 거품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부풀렸던 온갖 ‘가능성’들이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업계 최전선에 서 있던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시장은 공유 오피스 기업들의 ‘운명’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