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효율 떨어트려 현장서 사라지는 재택근무, 직원 위한 하이브리드 출근제 고려할 필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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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친화적 회사가 매출 성장률 더 높다?
현장 목소리와는 상반된 결과, "재택근무로 인한 기업 생산성 하락은 입증된 사실"
임직원 만족도도 생산성에 영향↑, 거점 오피스 등 다른 출근방식도 고려해야
재택근무자들이 줌(ZOOM)을 통해 회의하는 모습/사진=Unsplash

최근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의 매출 성장률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재택근무 시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져 비즈니스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재택근무가 점점 중단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비즈니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완전한 사무실 출근보다 거점오피스 활용, 하이브리드 근무제 등 다양한 방식의 근무 형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택근무와 매출 성장률 비례한다?

14일 기업의 근로 형태를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스쿠프테크놀로지스(이하 스쿱)가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재택근무와 매출 성장률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쿱은 미국 내 총 554개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던 2020~2022년 당시 재택근무 여부와 매출 성장률을 비교한 결과,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는 평균 21% 성장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평균 5% 성장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롭 새도우 스쿱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회사 지도자들이 아직도 과거의 방식(사무실 출근 등)을 고집하고 있다”며 “재택근무 친화적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요 인력의 이탈을 막고, 보다 넓은 지역에서 인재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뒷받침됐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데비 로비치 선임 파트너는 “재택근무가 반드시 더 높은 매출 성장률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조사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살펴본 최초의 조사”라고 평가했다.

재택근무, 기업 생산성 떨어트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기업 상황이 조사 결과와는 상반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의 사업주는 “회사가 성장하고 매출이 증가하기 위해선 회사의 효율성이 제고돼야 한다”며 “재택근무가 오프라인에 비해 업무 처리가 늦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재택근무가 대면근무 업무 효율성의 70%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사무실 출근을 통해서라도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현대모비스는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근무 비중이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업무 분담, 재택근무에 대한 생산성, 성과 관리가 잘 되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모비스의 행보가 사실상 재택근무를 폐지하는 수순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같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 비중은 현대 그룹 내에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포스코 그룹이 제공한 거점오피스서 근무하는 직원들/사진=포스코

대다수 국내 기업, 재택근무제 속속 폐지

현재 국내 산업계는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으로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다. 지난 5일 한경총이 발표한 ‘매출 5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은 58.1%로 2022년 72.7%, 2021년 91.5%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재택근무 확대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4.5%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한화그룹은 올해 초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이후 정보통신 부문 등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OTT 플랫폼 티빙도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다.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을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 역시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전면 출근을 시작했다. 신작 개발을 위해 개발자 간 밀접한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1위 카카오도 재택근무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월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도’에 조직장 승인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카카오 직원들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사실상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겠단 거네”, “재택근무가 가능하긴 한 건가? 조직장 승인 받고 재택근무 하더라도 회사에서 눈치 엄청나게 줄 텐데” 등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완전한 사무실 출근보다는 거점오피스 활용,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확대하면 임직원 만족도와 업무 능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모든 직원에게 출퇴근 정책을 강제하기보단 개별 팀에 근무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