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에서 불어온 1조5,000억원 훈풍, 韓 해상풍력 잠재력에 주목
영국 에너지 기업 코리오제너레이션 & BP, 런던서 투자신고서 제출
코리오의 ‘차세대 해상풍력 프로젝트’, 넷제로 달성의 중추적 역할 수행
에퀴노르·오스테드 등도 국내 시장 진출, 향후 폭발할 잠재력에 기대
영국 에너지기업 두 곳이 우리나라 해상풍력 개발 사업에 총 11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중에 결정됐다. 정권 교체와 함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태양광과 다르게 해상풍력은 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육성을 공약한 만큼 향후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정부 정책에 기대를 품고 있는 가운데, 향후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번 투자로 해상풍력 ‘트랙 레코드’ 확보 전망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에너지 기업 코리오제너레이션(이하 코리오)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총 11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를 확정하고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영국 에너지 기업이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하면서 타워 구조물, 터빈, 전력 케이블 등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우리나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번 투자로 해상풍력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또 해상풍력 발전단지 유지·보수사업에 지역기업·인력이 참여하면서 해상풍력 발전단지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기업의 투자로 2030년에 목표한 해상풍력 발전용량 가운데 20%가 넘는 부분을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이번 투자는 탄소중립 선도 국가인 영국과 무탄소에너지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리오 “한국 해상풍력 사업에 박차”
코리오는 해상풍력 사업 투자·개발·운영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설립한 녹색투자은행(GIB)이 전신이다. 현재 코리오는 파트너 기업들과 해상풍력 사업의 발굴, 개발, 건설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코리오가 추진하는 30GW(기가와트) 규모 이상의 해상풍력 개발 포트폴리오는 기존 및 신흥 시장 전반에 걸쳐 있으며, 고정식과 부유식 기술을 망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러한 차세대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토탈에너지스, SK에코플랜트와 함께 해상풍력 합작 사업 포트폴리오인 ‘바다에너지’를 설립, 울산·전남 바다에 부유식·고정식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 중이다. 현재 바다에너지는 울산항에서 약 60km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규모(1.5GW)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 프로젝트(귀신고래 1,2,3호)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코리오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로 해당 프로젝트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귀신고래 1,2,3호는 빠르면 오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착공해 2028년 상업 운전개시(COD)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3단계까지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코리오는 지난 5월 대우건설과 부산 해상풍력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한∙영 해상풍력 공급망 기업 협력 워크샵을 후원하는 등 해상풍력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최우진 코리오 한국 총괄 대표는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2050년까지 건설해야 하는 해상풍력 사업의 규모는 2,000GW고 이를 현재 기준 사업비로 환산하면 약 1경2,000조원”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 해상풍력 사업에 박차를 가해 국내 파트너들과 기술 국산화 및 공급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의 러브콜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기업이자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에퀴노르는 지난 6월 투자 신고식을 진행하고, 현재 울산 동쪽 해상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동해1(200MW·메가와트)과 반딧불(804MW) 발전소 사업을 허가받아 개발하고 있으며, 추자도에서도 해상풍력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중 반딧불 프로젝트는 울산 앞바다 150㎢ 넓이 해역에 800MW 규모의 반잠수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오는 2028년에서 2029년 시운전을 목표로 한다. 에퀴노르가 이미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와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윈드 탐펜을 운영하며 부유식 해상풍력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반딧불 프로젝트에 국내외의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덴마크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오스테드가 한국전력 산하의 발전자회사인 남부발전·중부발전과 800MW 규모의 인천시 옹진군 해상풍력단지 개발 MOU(양해각서)를 각각 체결했으며, 주민참여형 해상풍력 추진을 위한 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 지역 기업에 잠재 기회를 소개하는 공급망 행사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1.6GW 규모의 인천 해상풍력발전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글로벌 풍력 기업들이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향후 폭발할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1년 7.1%인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6년 28.9%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8GW 규모인 풍력발전 설비를 2036년까지 20배 증가한 34GW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풍력발전 설비를 현재 연간 설치 규모보다 매년 10배 넘게 늘려야 하며 2030년까지는 매년 2.2GW(국내 원전 약 2기 설비 용량)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
이렇듯 정권이 바뀌자마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태양광과 달리 해상풍력은 윤 정부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향후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의 세일즈 외교를 시작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으로부터 잇단 투자 유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이끄는 해외 사절단이 세계 최초 해상풍력 상용화 단지인 포르투갈의 윈드플로트 아틀란틱을 방문해 대주주 오션윈즈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어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여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