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기를 성장 발판으로, 핀테크에 부는 ‘썩은 고기 잔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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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분야, 부실기업 거래 늘어나며 교통 정리 중
이에 핀테크 간 거래 건수만 증가, 아직 시장은 하락세
은행권 관망 속, 2024년 초 바텀피싱 기대

최근 높아진 이자율, 기업의 예산 삭감 등 경색된 VC(벤처캐피탈) 투자 환경으로 인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4~6개월 동안은 부실기업 인수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티 벤처스(Infinity Ventures) 파트너이자 전 페이팔 벤처스(PayPal Ventures) 매니징 파트너였던 제이 가나트라(Jay Ganatra)는 “기업 개발 담당자들이 지금 칼을 갈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부실기업 거래로 보릿고개 나기

핀테크 분야에 부실기업 거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례로 최근 80억 달러(약 10조5,600억원)로 평가된 크레딧 카드 스타트업인 페탈(Petal)은 피터 티엘(Peter Thiel)의 바랄 벤처스(Valar Ventures)와 타사디아 인베스트먼트(Tarsadia Investments)의 지원을 받은 바 있으나, 이번 주 포춘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페탈은 현재 생존이 불분명한 상황으로, 인수자를 찾는 중이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보릿고개를 버티기 위한 방법을 찾는 가운데 향후 4~6개월 동안 핀테크 간 거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 스타트업 대부분은 투자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피해를 봤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는 올해 들어 35.2% 감소했으며 동일 기간 리테일 핀테크 거래 가치는 66.7%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QED인베스터스(QED Investors)의 성장 투자 분야 핀테크 담당자인 처키 레디(Chuckie Reddy)는 “포트폴리오 편입을 위한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6개월 전보다 확실하게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옵션을 활용하기 위해 은행가를 고용하는 창업가도 늘었다.

다만 이러한 거래를 데이터로 나타내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핀테크 인수합병(M&A)은 2021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는 모양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핀테크 M&A 거래는 71건에 걸친 34억 달러(약 4조4,800억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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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VC 지원 M&A 거래 활동(2023.11.20 기준), 주: 거래 가치(네이비), 현재 거래 가치(민트), 거래 건수(옐로우), 현재 거래 건수(오렌지)/출처=Pitchbook

핀테크의 하위 세그먼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표적인 예로 프롭테크(Proptech)는 VC 다운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다. 지난 9월 부동산 회사인 질로우(Zillow)는 보험 및 에스크로 프롭테크인 스프루스(Spruce)를 비공개 인수했는데 당시 스프루스는 2021년 6월 6,000만 달러(약 790억원)의 C 시리즈 이후 새로운 라운드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전에는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G스퀘어드(G Squared) 및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Scale Venture Partners)와 같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에디슨 파트너스(Edison Partners)의 매니징 파트너 크리스 석덴(Chris Sugden)은 “현재 부동산 핀테크는 시장에서 가장 불안정한 분야 중 하나”며 “부실기업 합병으로 인한 지각변동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먼트 시장도 전반적인 핀테크 시장과 같은 하락 징후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호주 핀테크 기업 틸 페이먼츠(Till Payments)는 지난 2021년 9월 시리즈 C 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3억9,500만 달러(약 5,140억원)로 평가받았으나, 올해 1분기 D 시리즈로 4,700만 달러(약 620억원) 조달 후 누베이(Nuvei)에 단 3,050만 달러(약 390억원)에 판매됐다. 또한 페탈과 같은 신용 점수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 카드 대출 스타트업들도 비싼 대출 비용과 VC 투자 업계의 한파로 자금조달에 제한을 받고 있다. 페탈은 2022년 1월 이후 자금수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테크 PE, 볼트온 거래로 성장 준비 태세 갖추는 중

매수 측면에서 시장은 핀테크 사모펀드(PE)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라인업 추가를 위해 볼트온 인수 대상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볼트온 거래는 동종 업계 기업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전·후방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특히 스트라이프(Stripe)나 플레이드(Plaid) 같은 세그먼트 리더에 있어 IPO(기업공개) 전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와 관련해 베세이 벤처스(Vesey Ventures)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아멕스 벤처스(Amex Ventures)의 전 매니징 디렉터 린제이 피츠제럴드(Lindsay Fitzgerald)는 “플레이드, 스트라이프, 쇼피파이(Shopify) 등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같은 은행보다는 더 많은 인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9월에 발표된 스트라이프의 오케이(Okay)에 대한 볼트온 인수는 성장 기업들이 2년 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에 적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VC 투자자들이 부실기업 인수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수익은 크지 않더라도 ‘제로’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또한 PE 기업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큰 핀테크 기업에 판매하는 것이 VC 투자자들에게 더 실익이 크다는 설명이다.

망하기를 기다리다 잡아먹는다는 은행, ‘아직은 기다릴 때’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관망하며 기다리는 모양새다. 은행의 경우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그들의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이 다른 투자자에 비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은 핀테크와 같은 기술 플랫폼을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금융 지원 스타트업 프랭크(Frank) 사태는 대형 은행의 M&A 협상에 여전히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프랭크의 창업자인 찰리 자비스(Charlie Javice)는 2021년 JP 모건 체이스로부터 1억7,500만 달러(약 2,310억원)에 인수된 후 미 법무부에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내년에 개시될 예정이며 자비스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다국적 대형 로펌 스캐든(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의 핀테크 실무 공동 책임자인 제프리 A.브릴(Jeffrey A. Brill)은 “그들은 심사 강도를 높이고, 더 많은 보호 조항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M&A 논의가 증가하는 중이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의견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가는 회사의 재무 상황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자금이 언제 바닥날지 예측할 수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이에 은행가와 같은 많은 이들은 2024년 초가 바텀피싱(저점매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