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사상 최악 성적표 받아든 ‘더 마블스’, 디즈니식 ‘PC주의’의 말로인가
처참한 오프닝 성적 기록한 '더 마블스', 제작비 회수조차 불가능하다? 작품 이미지·서사 무시하는 '디즈니식 PC주의', 등 돌리는 관객들 연이은 흥행 실패에 궁지 몰린 디즈니, 올 상반기엔 구조조정도 단행
마블의 최신작 <더 마블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MCU 사상 최저 오프닝 수입을 기록하며 굴욕을 맛본 것이다. 디즈니 특유의 PC주의(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에 지친 팬들의 혹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흥행이 부진하면 사실상 ‘수익성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PC주의에 지친 관객들, ‘더 마블스’ 등 돌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8일 개봉한 <더 마블스>는 지난 27일까지 약 68만 명의 누적 관객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수요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초라한 숫자다. MCU 인기작인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은 국내 개봉 후 하루 10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더 마블스>를 외면하고 있다. <더 마블스>의 북미 오프닝 흥행 수입은 MCU 사상 최저치인 4,600만 달러(약 595억원) 수준이었다. 세계 오프닝 흥행 수입 역시 MCU 사상 최저치인 1억1,000만 달러(약 1,424억원)를 기록했다. 개봉 2주차 흥행 하락률은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최대치(78%)를 경신했다. 로튼 토마토 비평가 지수는 62%로 MCU 영화 중 세 번째로 나쁘다.
영화 애널리스트들은 <더 마블스>의 최종 세계 흥행 수입이 최소 2억1,000만 달러(약 2,718억원), 최대 2억4,000만 달러(약 3,107억원) 선일 것이라 예측한다. 이는 6억 달러(약 7,770억원)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은커녕 제작비 2억7,000만 달러(약 3,495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기 IP인 ‘마블’ 작품에 시장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시장에서는 디즈니의 과도한 ‘PC주의’ 메시지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근 디즈니는 본사 작품은 물론, 마블과 픽사 등 계열사 콘텐츠 제작 시에도 인종 및 젠더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 <이터널스>에는 최초의 동성애 히어로가 등장했고, <버즈 라이트이어>에는 성소수자 키스 장면이 등장했다.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 역에는 흑인 배우를, <백설공주>의 주역 자리에는 피부색이 어두운 남미 배우를 앉히기도 했다. 시장은 디즈니가 관객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작품의 서사를 무시, 무작정 PC주의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PC주의 콘텐츠들은 디즈니에 부진한 성적표를 안겨줬다. 수익성 역시 자연히 악화했다. 쌓여가는 손실에 위기감을 느낀 디즈니는 올 상반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2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직원 7,000명을 구조조정하고, 총 55억 달러(약 7조2,05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명목은 비즈니스 효율화였다.
이에 따라 3월과 4월에 감원 대상자가 본격 선정됐고, 6월에는 픽사 직원이 대규모 해고됐다. 픽사가 작년 개봉한 <버즈 라이트이어>의 흥행이 실패하자 감독과 프로듀서 등을 대거 해고한 것이다. 해고된 픽사 직원은 총 75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6% 수준이었다. 이에 더해 디즈니는 올해 3월 가상 공간 전략을 주도하던 메타버스 사업부를 폐지, 감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스트리밍 사업 부진, 할리우드 파업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디즈니는 여전히 궁지에 몰려 있다. 지난 2021년 10월 170달러 수준까지 뛰었던 주가는 29일 정오 기준 92.5달러까지 고꾸라졌다. 디즈니의 위기는 작품을 낼 때마다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마블과 같은 수많은 ‘슈퍼 IP’를 보유했음에도 무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근본적인 콘텐츠 제작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