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직방 금지법’ 내건 野, “‘타다 사태’에서 배운 것 없나”
'직방 죽이기' 나선 민주당? '금지법 악몽' 재현되나 국토부도 법안 반대, "지금도 자정활동 충분히 가능" 신뢰 잃은 중개 업계, '직방과의 동행'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직방과 같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옥죌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처리에 나섰다. 이에 프롭테크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측은 “해당 개정안은 전세사기 등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52만 공인중개사 표심(票心)을 노린 입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다 사태를 거치고서도 느낀 게 없냐는 비판도 쏟아진다.
野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당론으로 추진할 것”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위는 오는 21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개정안엔 임의 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를 법정단체로 격상하고 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협회에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 등 막강한 권한도 부여한다. 예컨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공인중개사 등을 교란행위 명목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개정안과 관련해 민주당 측 관계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개인 간 이뤄지는 계약상의 전세사기를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공인중개사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롭테크 업계는 민주당이 1년 2개월간 잠자고 있던 법안을 갑자기 꺼내 들었단 점에서 내년 총선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했다. 21대 총선 직전 택시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바 있는 ‘타다 금지법’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로 피어오른 타다 불법 영업 논란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최종 결론 났지만,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사장된 모빌리티 신사업 모델은 끝내 살아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정략적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 법안이 어떻다고 논리적으로 이야기 해봐야 효과가 없다”며 “법정 단체화가 안 됐기 때문에 전세사기를 단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부 자정부터 하는 것이 먼저다. 공적인 도구를 협회 통제권으로 쓴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중개 플랫폼은 통제되고 결국 소비자 편익만 줄어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회에 자체적인 지도단속 권한이 없어 자정활동이 어렵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현행 법령체계 내에서도 지자체와 협회가 협력해 자정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법정 단체화 이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부지만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실들이 밝혀지는 상황에서 협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낮은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선수들이 심판 역할까지 하면 과연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까 우려도 있다”며 “프롭테크 업계와의 갈등도 고려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 후 법안의 필요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골 아픈’ 직방
민주당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처리를 직접 시사하고 나서면서 직방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간 직방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공인중개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논의만 이어가면서 사업 전개에 차질을 겪어 왔다. 실제 지난 2021년 한공협은 “대형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은 업권 침탈은 물론 생존권을 위협한다”라며 부동산중개업 진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직방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안성우 직방 대표는 2021년 당시 국토교통위원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개최한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상생발전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직방 측과 공인중개사 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금지법’으로 작용될 만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직방 또한 타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문제는 법안에 한공협 측이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단속’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정부가 놓칠 수 있는 사기 등 무질서한 부동산 중개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직방 죽이기’라는 한탄이 쏟아진다.
공인중개사와 직방 간의 갈등은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직방을 ‘짓눌러야 할,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기업’ 정도로 여기는 국회의 태도는 자성할 필요가 있다. 직방의 출현은 기술력의 발전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의 과도기적인 사건에 가깝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갑질 행위를 감시하는 정도는 필요한 수준이겠지만, 관련 사업을 축출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태도는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의 원흉으로 지적되면서 중개업계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한 상태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직방과의 ‘동행’을 고려해야 할 상황인 만큼 국회 차원에서도 다소 보수적인 발상은 접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