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없어도 돈 줘”?, 성급한 마이데이터 과금의 ‘모순’
마이데이터 과금, 핀테크 업계 서비스 위축할까 "이용자 늘면 비용도 는다", 요원해진 수익성 개선 업계 혼란 가중, 일부 업체는 '서비스 중단' 고려하기도
지속 가능한 마이데이터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정보전송비용에 대한 과금 체계가 구축된다. 과금 산정 기준은 ‘트래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앞으로 트래픽량 상위 4~5개 업체가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발히 전개 중인 상위업체들은 비율 부담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과금 유예 등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과금 체계 구축, 기준은 ‘트래픽’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신정원)은 ‘마이데이터 과금 협의체’를 소집해 이같은 마이데이터 과금 체계 방안을 전달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군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가 참석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신용정보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마이데이터 과금 체계를 구축해 내년부터 분할납부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통해 과금 산정 절차가 마련돼 이날 구체적인 과금 산정 방식과 비용이 최초로 공개됐다.
신정원은 업권별·트래픽(호출량)으로 비중을 나눠 사업자에게 과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금 대상은 ‘정기적 전송’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정기적 전송은 데이터 최신성·정확성 유지를 위해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정기적으로 직접 전송을 요구하는 경우다. 신정원에 따르면 현재 고객이 직접 앱에 접속해 새로고침, 업데이트 등을 시행하는 ‘비정기적 전송’이 전체 전송 중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가 산정한 한 해 전체 마이데이터 정보 전송 비용 원가는 약 1,293억원으로, 업계는 이 중 약 20~30%에 해당하는 280~300억원가량을 정기적 전송 비용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마이데이터 트래픽 상위 업체 4~5곳은 최소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 비용을 분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의체에 참가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이 같은 과금 선정 기준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신정원은 협의회에서 금융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사실상 현 기준을 확정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는 트래픽량에 비례한 비용 납부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발히 전개할수록 트래픽량이 늘어나는데, 이같은 경우 더 많은 과금 비율을 부과받기 때문이다. 실제 협의체에서 한 빅테크는 서비스 축소 혹은 중단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서비스를 할수록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마이데이터 사업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기 어렵다”며 “데이터 전송 조절도 필요하지만 사업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과금 방식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들어오는 건 없는데”, 과금 체계로 업계 혼란 가중되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익성이다. 그나마 마이데이터 사업자들 중 여력이 있는 업체들은 과금에 대비해 예산 책정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중소업체들은 과금 자체만으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70여 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 중 대부분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억원으로도 흑자와 적자가 갈리는 판국인 만큼, 당장 수십억원 수준의 과금이 이뤄질 경우 심한 타격을 입을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마이데이터 전송 총원가가 1,293억원 규모다. 마이데이터 과금에 따른 업계의 ‘사업 위축’ 우려를 단순히 ‘기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놓음으로써 정보 주체로서의 권리를 확립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대의명분만 있을 뿐 비용적 측면에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섣부르게 과금이 이어지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줄 뿐 아니라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용자가 늘수록 비용도 느는 구조니 사업을 확장하면 적자 폭이 더 커지는 딜레마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데이터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 마련이 요원해지면서 일부 업체는 서비스 중단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명분을 가진 서비스가 비용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셈이다. 마이데이터 또한 사업이 일종이기에 대의명분만으로 비용을 받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최소한 업계 상황을 고려한 정책 시행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들어오는 것 없이 빠져나가는 구멍만 키우는 사업적 모순을 해결함으로써 업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