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수소 시장 성장세에도 투자에는 회의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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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美 수소 시장, 세계 최대의 보조금 지원 체제 갖춰
지난 2년간 투자금 총액보다 올해 유치한 자금 더 많아
그레이 수소·폭발가능성 등으로 수소 시장 불확실성 커

올해 미국 수소 스타트업들이 지난 2년간의 투자금 총액보다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이 발표한 ‘2024년 산업기술 전망’에 따르면 미국 수소 기업들은 올해 1월부터 11월 중순까지 28건의 투자 거래를 체결, 총 14억 달러(약 1조8,22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금 총액 9억7,380만 달러(1조2,700억원)보다 크게 상회한다.

US VC dealmaking  in the hydrogen energy vertical took off in 2023
2017~2023년 수소 시장 총 투자액과 거래 건수(2023년은 11.16.자 기준), 주: 총 투자액(네이비), 올해 투자액(민트), 총 거래 건수(옐로우), 올해 총 거래 건수(오렌지)/출처=PitchBook

세액 공제·허브 구축 등 수소 시장에 공공 자금 투입

올해 미국의 수소 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보조금 지원체계에 힘입어 높은 성장곡선을 그렸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 에어 프로덕츠(Air Products)와 글로벌 에너지기업 AES 코퍼레이션(AES Corporation)의 합작투자를 통해 텍사스주 윌바거 카운티에 40억 달러(약 5조1,95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미국 내 7곳의 수소허브를 선정하고 총 7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소 에너지 부문에는 연방정부의 자금이 연이어 투입되면서 재생가능한 그린수소의 생산·가공·저장·활용 관련한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미국 그린수소 스타트업 일렉트릭하이드로젠(Electric Hydrogen, EH2)의 투자 유치가 대표적이다. EH2는 시리즈 C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후혁신펀드(Climate Innovation Fund), 에너지 임팩트 파트너스(Energy Impact Partners), 핍스월(Fifth Wall) 등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약 5,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EH2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으로, 14개월 전에 진행된 시리즈 B 라운드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 또 덴버에 소재한 콜로마(Koloma)는 천연수소 탐사·시추 등과 관련해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등으로부터 9,100만 달러(약 1,17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일부 스타트업 대형 투자 유치했지만 신중론 여전

다만 여전히 상당수의 벤처 투자자들은 수소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수소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검증되지 않은 상업성, 수소 누출·화재·폭발사고 위험성 등을 경계하고 있다. 기후테크 투자회사 기가스케일 캐피탈(Gigascale Capital)의 파트너 빅토리아 비즐리(Victoria Beasley)는 “최근 수소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수소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후테크 벤처 캐피탈 중 하나인 로어카본 캐피탈(Lowercarbon Capital)의 애쉬튼 로신(Ashton Rosin) 파트너도 ‘수퍼벤처 노스아메리카 2023’에 참석해 “로어카본은 다른 기업에 비해 수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몇 가지 불안정한 요인들에 대해 주의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 자체가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중에 누출됐을 때 화학반응을 통해 온실가스를 만들어 낸다”며 “이 때문에 수소 에너지 투자에 올인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에너지 투자에 회의적인 또 다른 이유는 수소경제가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남아있다는 점이다. 일례도 석유, 석탄 등 기존의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수소 에너지 사업이 세액 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미 재무부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녹색철강 스타트업 헤르타 메탈스(Hertha Metals)의 설립자 로린 메루(Laureen Meroueh)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은 올해 초보다 수소 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가스 기업, 수소 스타트업과 M&A 추진할 수도

한편 수소 산업에 대한 낙관론은 석유·가스산업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했다. 수소는 대표적으로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구분된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수소 에너지는 그레이 수소다. 그러나 그레이 수소는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도 함께 만들어지는데 그 양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가 넘는다. 블루 수소는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해 대기로 배출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갈될 메탄을 사용하는 데다 탄소 포집·저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반면 그린 수소는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으로 그동안은 비용이 많이 들어 특수한 분야에만 사용됐지만 오는 2030년에는 생산단가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벤처 캐피탈 DCVC의 자카리 보그(Zachary Bogue) 파트너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소 에너지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현재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도 말했다. 피치북 애널리스트 존 맥도너(John MacDonagh)도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미 에너지부를 비롯해 관련 분야 공기업과 석유·가스 기업들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석유·가스 기업들은 수소 에너지와 관련한 인프라를 구축할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수소 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해당 기업들이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