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의 중기부 도전기? 오영주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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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오영주 후보자 전문성 떨어져, 외교 경력만 한가득"
쟁점은 '전문 지식', "전문 지식 풍부하다면 직무 수행 가능할 것"
'자기 증명' 못 해낸 오 후보자, 벤처 업계 '청사진 그리기'도 난항
오영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12일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에서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오른쪽)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전문성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적 커리어는 화려하나 벤처 업계 관련 경력이 일절 없는 오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여당 측은 오 후보자의 외교적 역량이 국내 중소기업의 내수시장 탈피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오 후보자 자신은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함을 제대로 증명해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영주 후보자, ‘전문성 논란’에 사면초가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 후보자와 여야 의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투자 혹한기라고 불릴 만큼 벤처 투자가 위축된 데 따른 대책, 중기·소상공인 경영난 완화 방안 등을 점검했다. 오 후보자의 전문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의 첨예한 견해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문성, 책임감, 도덕성 등 세 분야에 걸쳐 오 후보자 검증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외교 전문가이긴 하지만 중기부 장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오 후보자 책임론까지 들끓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외교관 활동한 것은 중기부와 아무런 연관도 없다”며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중기, 소상공인, 스타트업 현안이 중요한데 비전문가에게 중기부 장관 중책을 못 맡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 후보자가 재외공관장 시절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자격을 갖췄다고 맞섰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오 후보자가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 재외공관장 시절 국내기업들의 애로 해소에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에 오 후보자는 “한국 업체들이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며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현지 진출 기업들에 관세, 노무 등 애로점이 많더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구나 하고 느꼈다”고 전했다. 부산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선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드린 데 대해 정부에서 그 일을 함께 해온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송구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중기부 장관 후보자 임명 직전 외교부 2차관을 지내면서 엑스포 유치 관련 다자외교 실무를 총괄한 바 있다.

이어 오 후보자는 스타트업 관련 새로운 정책을 내기보다 기존 정책의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이라며 “스타트업 코리아 실현을 통해 창업·벤처 글로벌 중추 국가로의 도약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창업허브 조성, 창업비자 개선 등을 추진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스템반도체 등 딥테크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새롭게 조성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EU(유럽연합)의 탄소세 도입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와 협업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 관련 소상공인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선 “금융 안전망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대환대출을 지원하고 이외에도 관 합동으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구상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 경력은 화려한데, “벤처 업계랑 무슨 상관?”

다양한 정책 구상 및 포부를 밝히며 전문성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인 오 후보자지만, 막상 스펙을 살펴보면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한지에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오 후보자는 1964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88년 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외교부에서 재직하며 국장급 보직을 거쳐 개발협력대사, 국립외교원 경력교수, 외교안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에 파견됐다 지난해 10월 주베트남 대사로 임명됐다. 지난 6월엔 주러대사 발령이 확정된 이도훈 제2차관 후임 차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4일 개각에서 중기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이렇듯 오 후보자는 외교관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지녔지만 벤처 업계와 관련해선 일절 경력이 없다. 혹한기에 몸살 앓는 벤처 생태계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야당이 주로 비판하는 지점도 경력 부족이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30년 넘도록 외교부에 있었던 분이, 더구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 있는 분이 왜 중기부 장관으로 왔는지 의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경력이 없으니 관련 직무에 종사해선 안 된다고 무작정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군 생활을 직접적으로 해본 적 없는 이도 군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고 남성 또한 여성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듯, 경력과 무관하게 업계에 상당 수준의 지식이 있다면 직무 수행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렇다면 오 후보자가 벤처 업계에 빠삭한 전문가인가에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당이 오 후보자를 두둔할 때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외교적 역량’이다. 실제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중소기업이 내수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데 오 후보자의 외교적 역량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조차 오 후보자의 벤처 업계 관련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오 후보자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할 상황이나, 후보자 시절부터 단단한 청사진을 그려 놓지 않는 한 본격 업무를 시작한다 해도 전문성 논란은 쉬이 끊어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