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돼서’ 외면받는 공공 SW 사업, 정부 손질로 제자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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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SW에 '변동형 계약' 도입, 유연한 사업 대가 정산 가능해
매년 1조원 들여도 삐걱이는 공공 SW, 차후 품질 제고 기대 실려
정부 사업의 고질적 장벽은 '수익성', 이번 방안으로 처우 개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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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품질 저하 요인으로 지목돼 온 확정형 계약 체계를 변동형 계약 체계로 전환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해 온 ‘정보화 사업 혁신 방안(혁신안)’을 이르면 다음 주 확정한다. 저품질 공공 SW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업 구조를 유연화해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유연한 개발, 유연한 대가’ 끌어낸다

혁신안 초안에는 △유연한 계약 제도를 위한 변동형 계약 도입 △개발 단가 인상 △유지관리요율 현실화 △수익형 민간 투자 사업(BTO)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변동형 계약은 사업 완료 후 사업 대가 정산 시 과업, 일정 변경 등 내용을 반영할 수 있는 계약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개발 기간 동안 변동 사항이 많은 SW 사업의 특징을 강조, 변동형 계약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애자일 개발’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애자일 개발은 일정 주기를 갖고 반복 개발을 진행하며 하나씩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때그때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자일 개발과 변동형 개발을 동시에 활용할 경우, 과업이 자주 변경되는 경우에도 제대로 된 사업 대가를 정산할 수 있다. 유연한 사업 전개를 통해 공공 SW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 SW 품질 제고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매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 공공 분야 정보 시스템에서 꾸준히 오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우정사업본부 시스템 오류,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오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 분야의 잦은 오류는 국민 불편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부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 자체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개발 역량이 문제인가, 수익성이 문제인가

이에 업계에서는 공공 SW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변동형 계약이 실제 공공 SW 시장에서 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량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연한 대응을 통해 사업 대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발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공공 SW 사업 품질 하락의 근본적 원인이 ‘수익성’에 있는 만큼, 기업의 충분한 수익을 먼저 보장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업 대가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공공 SW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기업은 사실상 없다는 비판이다.

정부 사업의 수익성 문제는 최근 디지털 전환의 중심축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올해 공공 시장 SaaS 계약 전체 건수는 135건, 계약 금액은 약 37억원에 그쳤다. 2022년(153건)과 비교하면 20건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계약 체결에 성공한 19개 SaaS 솔루션 중 CSAP(클라우드 보안 인증제도) 인증 비용 이상의 수익을 거둔 기업, 즉 흑자를 낸 기업은 절반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 체결에 실패한 기업은 물론, 체결에 성공한 기업까지도 고가의 CSAP 인증 비용만 지불한 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번 혁신안에 개발 단가 인상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매년 물가 및 인건비 상승분을 정보화 사업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유지관리요율 현실화를 위해 통합 유지보수료에서 일부를 적정 SW 유지보수 대가로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 SW의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삐걱거리는 시장은 과연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