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숙원’ 우주청 설립 눈 앞으로, “남은 건 韓 인재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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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청 예산 7,000억원 책정, 과학계 숙원 이뤄지나
인력 부족 문제 등 가시화, 韓 우주 산업의 미래는
이제야 '출발점'에 선 韓, "성급해져선 안 돼" 

과학기술계의 최대 숙원이던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숙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일단 당장 우리나라 정부조직법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청이 상위 부처인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책을 기획·조정할 수 있을지부터가 미지수다. 우주청 개청에 필요한 연구 인력 200명, 행정 인력 100명 확보 문제도 국내에 한정된 인력풀을 감안하면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주청 설립 가시화, 하지만

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청 설립 예산은 올해 7,000억~7,200억원으로 책정됐다. 우주청이 올 상반기 내 예정대로 설립되면 과기정통부, 산업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에 나뉘어 있는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모두 이관받아 총괄한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닌 민군 겸용 R&D(연구·개발) 사업이나 항공 분야 업무도 조정·추진하게 된다.

앞으로 우주청이 국가 우주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범부처 정책을 기획·조정·관리할 수 있는 권한 부여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숙제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 로켓·위성 발사 수요가 많았던 국방부와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이어온 바 있는 만큼 앞으로 우주청이 국방 분야 일부 R&D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우주청이 지니는 거버넌스(정부조직 체계) 한계를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함으로써 해결하겠단 구상이다.

다만 이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인력 확보라는 가장 큰 관문이 남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방·방산 우주기업에 있는 인력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우주청 특별법 안건조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교육, 의료, 교통체계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지면서 인재들을 영입할 인센티브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주청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경남 사천으로 명시돼 있다. 우주청이 NASA(미항공우주국)나 ESA(유럽우주국) 등과 협력할 때 ‘급’이 안 맞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NASA는 기술개발부터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지만 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장관 소속을 둔다고 명시돼 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대 우주청장은 여야 합의대로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를 영입할 수 없어 국내 한정된 인력풀에서 뽑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청 전까진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우주청 준비에 분주한 지방들

일단 우주청 개청의 밑바탕은 마련된 만큼, 지방정부는 우선 우주청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 준비에 나섰다. 특히 경남 사천시는 지난 12월 ‘우주항공청 연계 도시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당시 사천시는 용역을 통해 도시발전 계획 기본구상 및 실행계획 수립, 우주항공청 중심 행정복합타운 개발 기본구상 및 실행계획 수립 등 우주항공청과 연계할 수 있는 도시 기본구상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경남도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겠다는 게 사천시의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청 특별법 통과에 따른 준비는 사전부터 철저해야 한다”며 “이번 기본 구상을 토대로 추후 관계자 협의와 전문가 조언을 받아 정교하게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경상남도청 차원에서도 연계 정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남도는 이달 내로 건설 준비단을 출범할 방침이다. 준비단은 정부 주도 추진단 구성에 앞서 우주항공청 청사 건립, 도시개발 관련 인허가 사항 확인, 기업 유치 계획 등을 미리 세우고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청을 중심으로 산업·교육·국제교류 등이 어우러지는 우주항공복합도시가 건설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겠단 것이다. 사천시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에도 들어갔다. 경남도는 우주청 개청 때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사전 실무준비를 마쳤으며, 직원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자 관련 용역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우주청 설치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체계적으로 조성해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며 “우주청이 경남 미래 성장동력이자,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특별법 통과는 ‘출발점’일 뿐”

그러나 특별법 통과만으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리라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주청 설립은 출발점일 뿐,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여야가 9개월 만에 법안을 어렵게 합의해 자칫 우주청 설립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우주청 설립은 결승선 통과가 아니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이제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청은 그동안의 모든 우주정책을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 정도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주청 설립으로 모두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선진국 추격형’에 머물러 있는 R&D 수준을 한 차례 끌어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도형 우주 R&D로의 탈바꿈을 이뤄내야만 차후 우주경제와 산업화가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원장은 “기존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이 약간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면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반면, 우주산업은 발사체나 인공위성 등을 대량생산하는 시장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없던 혁신 R&D 결과물만 시장에서 살아남고 평가받는다”고 힘줘 말했다. 우주 사업에 있어 그만큼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 우리나라의 인재풀은 우주 산업에 있어 극도로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이 거듭 강조하는 혁신, 선도형 R&D로의 탈바꿈을 이루기 위해선 인재 육성책 마련 등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