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의 ‘기술 없는’ 빅데이터 플랫폼, 책만 쌓인 도서관에 햇빛 들 날 있을까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 띄운 소진공, "정보 총망라했다" 민간서도 '우후죽순'인데, "정부 플랫폼만의 '차별점' 있나" 마땅한 기술 발표는 '전무', 단순 '데이터 쌓기'에 효용성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소상공인을 위한 빅데이터 시대를 연다. 올해 상반기 중 빅데이터를 활용해 773만 명에 달하는 국내 소상공인들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즉각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겠단 것이다. 소진공은 이를 통해 소상공인 스스로 상권 분석부터 맞춤형 컨설팅 등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소상공인 빅데이터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술력 없이 단순히 데이터만 모아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소진공 “소상공인 빅데이터 시대 열겠다”
2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소진공은 오는 6월 ‘소상공인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을 오픈한다. 해당 플랫폼은 분산된 소상공인·상권 관련 민간-공공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정책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예비·기존 소상공인이 데이터를 활용해 경영환경 분석, 영업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단 것이다. 특히 예비·기존 소상공인에게 준비된 창업과 경영 혁신을 지원하고 창업기업(스타트업) 등 민간에겐 신규 사업 모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소진공은 설명했다.
6월 초 예정된 소상공인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 1차 모델은 △상권 정보 시스템 △내 가게 맞춤 진단 △정책 통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기존 상권 정보 시스템이 대폭 고도화된다. 매출액, 임대료, 대출 현황, 판관비용 등 소상공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정부와 플랫폼 기업 등이 보유한 상가, 매출정보, 유동인구, 배달·SNS가 결합되는 식이다.
예비·기존 소상공인이 스스로 영업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도 내놨다. 내 가게 맞춤 진단을 통해 공공 데이터와 다양한 민간 데이터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상권에 있는 경쟁 가게들과 경영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내 가게 수익 분석, 매출 현황 분석, 수익예측 분석 자료 등 맞춤형 경영진단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지도 기반 지능형 상권정보 분석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예비 창업자도 사업 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책통계 기능도 포함됐다. 소상공인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정책통계에는 국세청과 통계청, 카드회사, 통신회사, 밴사 등 데이터가 망라돼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은 업종·지역별 매출 트렌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데이터, 숙박 트렌드 데이터, SNS 분석 데이터를 열람하는 기능도 포함했으며, 단순 상권분석을 넘어 다양한 테마도 담을 예정이다. ‘직장인 사이 뜨는 회식상권 트렌드’ 등 시장 분석에 따라 특정 테마를 추천함으로써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5월 초 마무리하고 한 달여간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쳐 6월 초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전체 구축 계획이 3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이후에도 두 차례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판 빅데이터 플랫폼, 민간 사업자와 ‘차별점’ 있나
소진공은 빅데이터 플랫폼이 소상공인 진흥 및 서민 삶 증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애초 빅데이터 플랫폼은 민간 기업에서도 우후죽순 내놓고 있는 사업 아이템 중 하나인데, 사실상 후발 주자로서 참여한 정부가 여타 플랫폼과 비교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심이 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상권분석 서비스보다 높은 이용률을 보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상 정부 사업 아래 형성된 플랫폼은 민간 플랫폼 대비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 기업은 이익을 좇기 위해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정부 플랫폼은 현상 유지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선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을 견제하며 태동한 지역 배달 앱이 결국 사장의 길을 걸었듯,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의 결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차원의 빅데이터 플랫폼 형성이 현장의 소상공인들에게 얼마나 큰 효용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 애초 빅데이터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빅데이터의 해석 방법인데, 현장에서 전문적 가이드라인 없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실제 이미 시장엔 상권정보 플랫폼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이들 플랫폼은 지나치게 통계적인 자료만을 제시해 해당 사업을 영위했을 때의 리스크나 수익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기부 측은 소진공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서비스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종전의 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플랫폼을 내놓겠다 강조하지만, 말뿐인 공약에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음은 당연한 처사다. 민간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한, 설득력 있는 ‘기술’을 선보이지 않는 한 정부판 빅데이터 플랫폼을 둘러싼 세금 낭비 프레임은 쉽게 벗겨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