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상장까지 질주하는 네이버웹툰, 함께 달리던 카카오웹툰은 ‘탈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 가하는 네이버웹툰, 올해 하반기 상장 전망 일본 서비스 '라인 망가' 대흥행, 6년간 쌓인 적자까지 벗어던져 IPO 노리고 달리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 리스크로 '휘청'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올해 하반기 중 미국 증시 IPO(기업공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사업 확장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한편 네이버웹툰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영향력을 키워가던 카카오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IPO를 앞두고 불거진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로 정체 상태에 빠졌다.
연간 EBITDA 최초 흑자 전환, 빛이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2일 네이버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분사 6년 만에 최초로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글로벌 통합 거래액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조8,000억원,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4,440억원에 달했다. IPO를 앞두고 점차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글로벌 전체 통합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8,5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6,000만 명)과 비교하면 41.6% 급증한 수치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태국,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특히 일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거래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고향’인 한국(30%)보다도 높은 수치다.
가파른 성장세의 비결로는 △만화·애니메이션 소비에 익숙한 일본 문화 △일본 내 오리지널 연재 작품 비중의 확대 △’입학용병’ 등 인기 IP 배출 등이 지목된다. 현재 일본 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의 MAU를 기록한 만화 앱(애플리케이션)은 네이버웹툰의 ‘라인 망가’ 뿐이다. 출판만화가 보편적인 일본 시장 내에서 블루오션을 선점, 현지 플랫폼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라인 망가의 운영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 디지털 만화 사업자 최초로 11개월 만에 거래액 1,000억 엔(약 9,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순항하던 카카오웹툰, 경영진 리스크로 상장 ‘빨간불’
네이버웹툰과 함께 국내 웹툰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카카오웹툰 역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1조1,315억원에 달했다. 이 중 스토리 매출(웹툰·웹소설 등)은 2,491억원으로 2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스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1,197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만화 플랫폼 ‘픽코마’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결과다.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애플 앱스토어·구글플레이 앱의 소비자 지출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그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카카오웹툰이 속해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3월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 플랫폼)와 카카오M(음악·영상·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유통사)이 합병해 출범한 기업으로, 같은 해 9월 멜론컴퍼니를 흡수합병하며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당시 카카오는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몸집을 불린 뒤 국내 증시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2년 말 시장 상황 및 재무 구조가 악화하며 상장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IPO에 도전하는 대신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프리 IPO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1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가 불거지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상황 역시 한층 악화했다. 나란히 상장을 꿈꾸던 두 웹툰 플랫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콘텐츠 시장은 업계 전반을 견인하는 이들 기업의 차후 행보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