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진격 나선 중국, 이번엔 5나노미터 칩 생산? “중국의 ‘기술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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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 양산 '눈앞'으로
수출 규제에도 탑 쌓는 중국, 미국선 "규제 강화" 목소리
결국 관건은 '수율', "현재로서 중국 기술은 '허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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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올해 내로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양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거듭된 수출 규제에도 지속적인 기술 성장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내 언론에서조차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기술 발전이 허울에 불과하단 평가가 적지 않다. 칩 생산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칩을 상용화하기 위한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SMIC, 5나노미터 생산 라인 구축 성공”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 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언급을 인용해 “중국 SMIC가 화웨이가 설계한 칩을 양산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라인을 상하이에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SMIC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 조치가 시작되기 전 비축해 둔 기존 장비들로 5나노미터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SMIC는 수출 제한이 이뤄지기 전에 사놓은 미국산 기계와 지난해 출하된 네덜란드 ASML의 리소그래피(석판인쇄) 장비 등을 구비했다. SMIC의 신규 생산 라인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이른바 ‘기린 칩’을 제조할 예정이다. 기린 칩은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최신 버전에 탑재된다. 또한 SMIC는 기존 7나노미터 생산 능력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FT는 “5나노미터 칩은 최첨단으로 꼽히는 3나노미터 칩보다 한 세대 뒤처진 기술이지만, 이번 사례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목표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작년엔 미국 정부의 계획에 일본, 네덜란드 등 반도체 강국들도 동참키로 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잇따랐지만, 중국은 이에 개의치 않은 듯 성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중국 측 관계자가 “화웨이는 (SMIC가 만들) 새로운 5나노미터 칩 덕분에 최신 기종 휴대폰과 데이터센터 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차질이 없을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에도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프리미엄 스마트폰)를 출시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해당 기종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웨이의 4분기 출하량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성공적인 사업 확장을 이뤄내고 있단 방증이다. 소식통들은 “차세대 스마트폰 칩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화웨이의 최신 AI 프로세서인 ‘어센드 920’도 SMIC에서 5나노미터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의 기술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중국 내에선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수출 제한 품목에 올린 뒤 대체재를 찾으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내수시장을 사로잡을 만한 배경적 여건도 충분하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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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화웨이가 내놓은 중국산 7나노미터 칩이 사용된 메이트 60프로 스마트폰 기기/사진=화웨이

수출 규제에도 성장세, 미국 고심 깊어지기만

5나노미터, 7나노미터 등 공정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선폭 규격을 가리킨다. 숫자가 낮을수록 더 얇은 공간에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을 수 있는 만큼 낮은 숫자의 공정 기술이 더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SMIC의 5나노미터 첨단 반도체 자체 양산이 본격화한다면 이는 미국 제재를 뚫고 기술 진보를 이뤄낸 사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SMIC의 기술력을 고려하면 5나노미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 자체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7나노미터 파운드리를 상용화한 지 수개월 정도 만에 5나노미터 반도체를 양산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SMIC의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적용한 화웨이 스마트폰이 예고 없이 출시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중국의 ‘깜짝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 중국 소식통은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에도 중국은 구형 장비를 활용해 7나노 반도체를 대량 공급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해 보였다”며 “미국 정부는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이 일 만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5나노미터 공정 시작 소식에 가장 당황스러운 건 역시 미국이다. 거듭된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결국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는 데 확실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단 의미이니만큼 미국의 고심은 깊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내에서 중국 반도체 수출 금지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음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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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IC

정작 중국은 ‘울상’, “결국은 수율이 문제”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5나노미터 칩 생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의미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생산 기술이 있다 한들 ‘수율’을 맞추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5나노미터 칩 생산을 위해 이미 중국은 기하급수적인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MIC의 제품 생산 비용은 대만의 TSMC 대비 40~50% 이상 높으며, SMIC의 칩 수율은 TSMC의 1/3 수준인 30%에 불과하다. 반도체가 상용화되기 위해 필요한 수율이 통상 90%임을 고려하면, SMIC의 칩은 상용화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글러스 풀러 중국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화웨이와 SMIC의 새로운 움직임은 중국 정부에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위에 불과한 것이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수율 저하 문제의 원인은 결국 장비다. 보도에 따르면 TSMC와 삼성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경우 칩을 생산하는 데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사용하지만 SMIC는 이보다 덜 효율적인 심자외선(DUV) 기계를 사용했다. SMIC 기술 개발 경로에 정통한 한 중국 반도체 전문가는 “처음에는 예산 한계 때문이었다”며 “EUV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SMIC의 첨단 공정은 TSMC보다 여러 세대 뒤처져 있어 고객과 매출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MIC는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이기 위해 DUV 기계를 사용해 다른 사람들이 EUV 장치로 했던 칩 제조 단계를 반복했는데, 이것이 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 리소그래피 장비 제조업체인 ASML에 의하면 DUV 장비에서 7나노미터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리소그래피 단계는 34단계다. 반면 EUV 장비를 사용할 경우 이 부분이 9단계로 크게 줄어든다. 결국 추가 생산 단계를 거칠수록 생산 단가는 높아지고 수율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이 ‘허울’에 불과하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