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 CEO’ 뉴먼, 파산 직전 위워크 재인수 타진 “사실상 ‘윈윈'”
'공유경제' 붐 아래 몸집 키우던 위워크, 결국 '파산 직전' 'We Crashed' 뉴먼, '축출' 5년 만에 위워크 다시 찾는다 다소 엇갈리는 시장 평가, "결국 손해 없는 장사"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이 파산 위기에 처한 위워크의 구원자로 나섰다. 회사에서 쫓겨난 지 5년 만에 위워크를 다시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뉴먼의 위워크 재인수 타진은 꽤 전략적이다. 축출 당시 회사로부터 받은 퇴직금을 재인수의 주요 동력으로 활용하는 데다 재인수 후 기업 회생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미지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산 위기 위워크, 구원투수는 ‘전 CEO’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 시각) “뉴먼이 헤지펀드 운용사 서드포인트 등과 손을 잡고 위워크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뉴먼이 운영 중인 부동산 회사 플로우 글로벌은 이미 법률 대리인을 통해 위워크 고문들에게 재인수 의사가 담긴 서한을 보낸 상태다. 플로우 글로벌 측은 서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필요한 정보를 구하고자 접촉을 시도했지만 위워크 측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파산 절차가 추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극대화를 망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뉴먼의 변호사인 알렉스 스피로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뉴먼은 플로우 글로벌이 위워크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경영 전문성이 채무자(위워크)의 단독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워크는 한때 공유경제 분야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꼽히던 기업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160억 달러(약 21조2,72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으며, 지속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위워크는 전성기 시절 기업가치 470억 달러(약 62조5,000억원)까지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이후 위워크는 뉴먼을 방출한 뒤 2021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으나, 코로나19 당시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경영난에 빠지더니 결국 지난해 11월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
위워크가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의 거품이 빠진 점도 위워크의 추락을 가속하는 데 일조했다. 당초 위워크는 부동산 임대 사업에 공유경제 개념을 결합하는 기술에 주목받으며 성장한 테크 기업이었으나, 실상은 부동산 임대 사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시장에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현재 위워크 주식은 장외주식 시장에서 1달러 아래 선으로 거래되고 있다. 위워크를 모티브로 한 미국 드라마의 제목이 괜히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인 게 아닌 셈이다.
‘윈윈 전략’ 내세운 뉴먼의 그림자
이 같은 상황에서 위워크 재인수를 택한 뉴먼의 선택은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서로 ‘윈윈’인 셈이기 때문이다. 우선 위워크 입장에서 파산 직전의 기업을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지난해 6월 기준 39개국 777개 지점을 유지하고 있던 위워크는 오는 2027년 말까지 약 100억 달러, 2028년부턴 추가로 150억 달러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위워크는 들어오는 건 없는데 나가는 것만 있는, ‘덮어두면 손해’인 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로, 누군가 돈을 내고 가져가겠다면 내주는 게 오히려 이득이다.
뉴먼 입장에서도 손해는 없다. 위워크를 재인수한 후 기업을 다시 살려낸다면 뉴먼은 능력을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설령 회생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직접 창업한 기업의 쇠락에 책임을 다한 CEO라는 대외적 평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금전적인 손해도 없다시피 하다. 축출될 당시 위워크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2,29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간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뉴먼의 재인수는 받은 돈을 약간 돌려주는 셈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이 같은 뉴먼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애초 위워크의 추락에 뉴먼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워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기술 없는 허물’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지만, 위워크 몰락에 실질적인 단초가 된 건 창업자 뉴먼의 부도덕한 행태였다. 뉴먼은 CEO 시절 자신에게 ‘We’라는 상표권이 있다며 회사로부터 590만 달러(약 78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받아 간 바 있으며, 자신 소유의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불리기도 했다.
회사 돈으로 자가용 제트기를 구매하는 등 배임·횡령과 방만 경영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다. 이번 재인수의 원동력인 퇴직금에도 문제가 많다. 기업이 무너지는 와중 오히려 기업 몰락의 당사자만 이득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CEO 자리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복수의결권, 황금낙하산(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 경영진에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 등을 활용해 과도한 퇴직금을 받아 간 점도 석연찮다. 뉴먼의 위워크 재인수 소식에 시장의 표정이 복잡미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