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앞세워 제4인터넷은행 설립 나선 핀테크·스타트업 행렬, 현대해상도 참전
2세 경영 돌입한 현대해상 첫 행보 금융 소외 계층 발굴 및 서비스 제공 목표 기존 인터넷은행 건전성 논란 줄 이어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이어 네 번째 인터넷은행을 준비하는 컨소시엄이 3곳으로 늘었다. 손해보험사 현대해상과 핀테크 스타트업 4개로 구성된 U-Bank(유뱅크) 컨소시엄이 출범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제도권 보험사 최초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선 현대해상의 행보를 눈여겨보면서도 인터넷은행의 추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은행산업 체질 개선 나선 금융당국, 인터넷은행 설립 문턱 낮춰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핀테크 기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 및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인공지능(AI) 헬스 케어 서비스 루닛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U-뱅크’ 설립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나섰다.
이번 컨소시엄에 합류한 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 접근이 어려웠던 소외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측면을 비롯한 사업 안정성은 현대해상이 담당하고, 중금리 대출을 주축으로 한 혁신적 포용 금융 서비스는 나머지 핀테크들이 저마다의 전문성을 살려 기획할 방침이다. 유뱅크 컨소시엄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1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추가 합류를 타진 중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노년층 소비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외국인 등 크게 세 부류의 금융 소외 계층을 포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참여 기업들이 그간 사업을 전개하며 축적한 각종 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노년층,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외에도 기존 금융기관이 세밀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다양한 금융 소외 계층을 발굴해 맞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뱅크는 KCD뱅크(가칭)와 소소뱅크에 이은 제4인터넷은행 출범에 나선 세 번째 컨소시엄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이 된 KCD는 소상공인 전용 인터넷은행을 표방하며 사업자 전문 금융 서비스 제공을 선언했고, 현재 다수의 금융사와 논의 중인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해 상반기 내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소소뱅크 역시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은행을 준비 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12개 지역 회장들과 전국 소상공인 단체 35개가 모여 구성된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는 4월 있을 총선 전까지 예비인가 승인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예비인가 승인 시 본 인가는 6개월 후 진행된다. 늦어도 올해 안에 본 인가를 마치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와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선 이유는 금융당국의 은행 인가 방식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과점 구조인 은행산업을 새로운 플레이어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며 인터넷은행 심사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금융당국의 인가 방침 발표 후에 신규 인가 신청, 심사 등으로 진행됐던 인터넷은행 설립은 상시 신청을 허용하며 그 문턱을 크게 낮췄다. 또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일반은행 인가 요건보다 추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관련 컨소시엄들이 저마다 특화 서비스를 내세운 이유다.
보험업 성장 한계 명확, 은행이 돌파구 될까
금융권에서는 유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출범 재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 중 보험사가 주요 주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곳이 없는 만큼 현대해상의 이번 도전에 은행권과 보험업계의 이목이 모두 쏠린 것이다. 현대해상은 2015년 인터파크 등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예비인가 단계에서 탈락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최종 주주구성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은행업 도전을 위한 의지를 다져 왔다.
현대해상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 한계가 명확한 보험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유뱅크 컨소시엄 합류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정경선 전무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하며 경영 일선에 내세웠다. 사실상 2세 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현대해상의 참여로 인터넷은행이 갖춰야 할 사업적, 재무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된 만큼 사업 인가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내부통제를 비롯해 소비자 보호 등 금융의 시스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존 금융 제도권에 있어 온 현대해상의 역할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연체율 관리 미흡-자산 건전성 빨간 불’, 인터넷은행에 붙은 꼬리표
다만 기존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터넷은행의 추가 필요성에 대해서는 시장 내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현재 영업 중인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건전성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특히 케이뱅크는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고, 토스뱅크 또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줄곧 유동성 위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의 유동성 위기 논란은 지난해 3월 선이자 지급 방식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며 촉발됐다. 문제가 된 상품은 소비자가 예금을 맡기는 즉시 만기에 해당하는 전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출시 직후 시장에서는 “토스뱅크가 자금이 없어서 급하게 예금을 끌어오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내용의 의혹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토스뱅크의 보유 자산이 국채와 금융채 등의 채권에 집중됐다는 점도 자산 건전성에 대한 의혹을 가속했다. 지난해 3월 파산을 선언하며 미국 금융계를 충격에 빠트린 실리콘밸리은행(SVB) 자산 구조 또한 채권 중심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공정가치측정(OCI) 계정에 보유 중인 3조9,000억원어치의 채권 규모를 넘는 예금 인출 시도가 발생할 경우, 토스뱅크는 만기보유를 목적으로 갖고 있는 채권까지 팔아야 한다” 고 지적하며 “이럴 경우 SVB와 똑같이 미실현 평가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건전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은행산업 체질 개선을 이유로 서둘러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내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에 많은 의문이 있는 만큼 도리어 상시 인가 방침 이후 심사 기준이 더 엄격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 네 번째 인터넷은행 설립까지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