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질주하는 중국 전기차, 이제 한국까지 노린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 국내 시장 본격 진출할까 치열한 내수 경쟁 끝에 경쟁력 확보, 테슬라까지 꺾었다 경쟁력 잃어가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시장, 이대로면 무너진다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업체 BYD가 수개월 내로 국내 전기 승용차 업계에 상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베스트셀러 모델 ‘아토3’을 필두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국산 전기차가 중국산 제품에 밀리며 급속도로 입지를 잃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테슬라도 꺾었다, ‘종횡무진’ BYD
최근 BYD는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 배터리를 외부 업체들에 의존하는 여타 전기차 업체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를 최초로 추월하며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입증하기도 했다. 4분기 BYD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52만6,000대,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8만4,500대였다.
지난해 연간 기준 전기차 판매량 역시 테슬라를 추월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공개한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YD의 전기차 인도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5%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업계 1위 수준이다. 인도량은 전년 대비 100만 대(58.3%) 증가한 288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테슬라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0.4%p 증가한 12.9%로 2위 수준에 그쳤다.
차후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560만 대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58%에 달하는 수치다. 2013년 1만8,000대 규모였던 중국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연 700만 대까지 성장했으며, 그 중심에는 BYD를 비롯한 자국 업체들이 있었다. 전 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초대형 전기차 시장이 BYD 성장의 ‘발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치열한 중국 내수 시장의 ‘적자생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공략 역량 역시 치열한 내수 시장 경쟁의 결과물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시장 바깥으로 줄줄이 밀려나며 ‘폐사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바이두, 상하이자동차(SAIC) 등으로부터 6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던 웨이마자동차(WM모터스)가 대표적인 예다.
2015년 설립된 WM모터스는 2018년 출시한 EX5로 흥행에 성공,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바 있다. 하지만 WM모터스는 치열해지는 시장 내 가격·기술 경쟁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지난 3년간 3조원을 웃도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지는 적자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WM모터스는 결국 지난해 10월 상하이시 제3중급인민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침체와 파산의 위협은 비단 WM모터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라이선스를 받고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를 실제 생산하는 브랜드는 약 50개에 달하며, 이 중 적어도 15개의 기업이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이 침체의 늪 속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BYD 등 적자생존에 성공한 일부 선두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특히 BYD는 지난해 기준 6개 대륙, 7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하며 빠르게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2022년 대비 334.2% 증가한 24만2,765대에 달한다.
휘청이는 국내 시장, 중국에 밀리면 끝이다?
글로벌 시장을 질주하는 BYD가 국내에 본격 상륙할 경우, 국내 전기차 업계 전반이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BYD가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원 △자체 광물 자원 △저렴한 인건비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석권하면 역량이 부족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줄줄이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선두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중국 기업의 공세에 대항할 힘을 잃은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조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2.7%, 53.7%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IRA 세액 공제 금액(2,501억원)을 제외하면 881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하까지 미끄러진 것은 상장(2022년 1월) 이후 최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원재료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실적 전반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후 중국산 전기차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계 자체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연결된 전기차·배터리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경쟁력을 잃으며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BYD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시장 침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위기를 감지한 업계는 시장 판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