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힘든데 플랫폼만 웃는다”던 기형적인 배달 시장, 결국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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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타고 질주하던 배달 앱 시장, 2017년 이래 최초 역성장
플랫폼 이해관계 충돌하며 배달비 급등, 소비자 등 돌렸다
"배달비 뛰어도 처우는 그대로" 한숨 내쉬는 점주·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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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감소, 배달비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소비자 수요 전반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배달 음식 기피 추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플랫폼 중심의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또 다른 폐단을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특수 끝났나? 배달 시장 위축 본격화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017년 2조7,000억원 △2018년 5조3,000억원 △2019년 9조7,000억원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78.1%(17조3,000억원), 2021년에는 50.9%(26조2,000억원) 급성장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배달 수요 폭증에 따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업체 역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엔데믹 기조가 본격화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엔데믹 전환 직전이었던 2022년,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6억6,000억원으로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며 덩치를 불리던 배달 시장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엔데믹 기조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2017년 집계 이래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음식 배달)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배달비 부담’을 지목한다. 엔데믹 상황 속 배달비 부담이 급증하자, 소비자 수요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난해 11월 배달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 미만 거리 최빈 배달비는 △쿠팡이츠 3,900원 △배달의민족 묶음 배달 2,600원, 한집배달 3,000원 △요기요 실속 배달 2,000원, 한집배달 3,300원 등으로 확인됐다. 최고 금액 기준으로 보면 △쿠팡이츠 6,600원 △배달의 민족 6,200원 △요기요 6,000원 등이다. 도입 초기 2,000원 수준이었던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 사이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배달비, 플랫폼 이해관계 따라 움직인다?

고객들이 치솟는 배달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등을 돌리는 가운데, 배달 라이더들은 오히려 기본 배달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업주들은 플랫폼 수수료에 시달리며 ‘박리다매’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대폭 인상됐음에도 불구, 시장 관계자 대부분이 만족하지 못하는 의문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배달 중개 플랫폼이 손쉽게 시장 판도를 좌우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배달 플랫폼의 시장 독점 실태는 최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사이 ‘배달비 경쟁’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쿠팡이츠 측은 최근 ‘배민1 플러스’ 서비스를 이용 중인 점주들에게 “쿠팡이츠 고객 배달비를 배민1 플러스와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 ‘와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1 플러스는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이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을 합쳐 출시한 서비스로, 고객 배달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쿠팡이츠는 입점 점주들에게 쿠팡이츠 내 배달비를 인하하거나, 배달의민족 내 배달비를 인상하라는 일종의 ‘지시’를 내린 셈이다.

쿠팡이츠가 무기로 내세운 ‘와우 할인’은 쿠팡 와우(유료 구독 멤버십) 회원이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 가격의 최대 10%를 즉시 할인해 주는 혜택으로, 할인 금액은 쿠팡이츠가 100% 부담하고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할인 금액에 대한 부담 없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유용한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와우 할인 혜택 제외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한 점주들은 배민1 플러스에 가입하지 않거나, 쿠팡이츠의 뜻대로 배달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라이더, 점주 등 서비스 주체가 아닌 플랫폼의 이해관계에 따라 배달비가 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스란히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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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올라도 무용지물, 배곯는 점주·라이더

플랫폼의 횡포는 단순히 ‘배달비 조종’에서 그치지 않는다. 배달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점주는 중개 업체에 중개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배달비와는 무관하게 가게 광고 비용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형태다. 이에 더해 배민1 등 배달 플랫폼 직속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할 경우, 바로고 등 배달 대행 전문 플랫폼을 이용할 때보다 높은 수준의 배달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 플랫폼 측에 이중 수수료를 내는 셈이다.

배달 라이더 역시 현재 시장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낮은 기본 배달비로 인해 기상 상황, 거리 등에 따른 할증과 플랫폼 자체 프로모션에 의존해야 하는 불규칙한 수익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 업체가 소비자와 점주로부터 받는 요금이며, ‘배달 수수료’는 배달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임금이다. 플랫폼 측은 소비자와 점주로부터 받은 배달비의 일부분을 라이더의 배달 수수료로 배정해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라이더가 확실히 지급받을 수 있는 ‘기본 배달 수수료’가 상당히 낮다는 점에 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 배민1 주문에 따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주로부터 받는 배달료는 기본 6,000원이다. 우아한청년들은 이 중 3,000원을 기본 배달 수수료 명목으로 라이더에게 지급한다. 현재 라이더들은 우아한청년들이 배달료에서 과한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라이더가 할증과 프로모션에 기대야 하는 불안정한 수익 구조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모두가 배를 곯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