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앞 ‘얼음’·트위치 앞 ‘땡’, 국민 한숨에도 여전한 ‘망 사용료’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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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망 사용료 논란, 통신 3사 "망 사용료 적당"
'트위치 때리기' 열중하는 방통위, 통신 3사도 '망언' 행렬
"과도한 망 사용료,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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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트위치에 이용자 보호를 실행하라며 시정 조치를 전달했다. 트위치가 국내 이용자와 스트리머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망 이용료가 비싸단 이유로 일방적 철수를 선언한 데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지나치게 통신 3사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통신사들은 한국 망 이용료가 10배 비싸다는 트위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한국의 망 이용료는 결코 세계시장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방통위, ‘시장 철수’ 트위치에 ‘시정 조치안’ 통보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27일 국내 철수를 선언한 트위치를 상대로 이용자 보호 계획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시정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시정 조치안 통보는 방통위가 의결을 앞두고 대상 기업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법인을 철수하는 만큼 실질적 제재는 어려운 만큼 이번 시정 조치안엔 트위치 철수가 국내 이용자에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임을 확인하며 이용자 보호 방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트위치는 한국법인 철수 후 스트리머 등과 계약이 해지된다. 다만 일반 시청자까지 외국 사이트에 접속해 콘텐츠 시청을 허용하게 할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트위치의 일방적인 국내시장 철수를 두고 통신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위치는 한국의 10배 비싼 망 이용료 때문에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망 사용료에 대한 논란이 사회 전반에 번져 나갔다. 중소 콘텐츠기업(CP) 생태계에 망 사용료가 위협이 될 수 있음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사들은 한국의 망 이용료가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트위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통신사들은 “트위치의 주장대로 한국 망 이용료가 세계시장의 10배가 넘는다면 트위치 모회사이자 국내 시장 70%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데이터를 제공하는 아마존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CP는 통신사와 인터넷회선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대부분 AWS 등 클라우드를 이용하는데, CP가 망 이용료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단 것도 어불성설”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KTOA도 “대표성이 부족한 특정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망 이용료가 해외에 비해 비싸다고 말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오히려 글로벌 대형 CP가 서비스 요금을 43%나 기습 인상하면서도 망 이용료 지불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인터넷 생태계의 불공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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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클랜시 트위치 CEO가 트위치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트위치 캡처

‘냉담’하기만 한 누리꾼들, 왜?

다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방통위가 소위 ‘트위치 때리기’를 반복하면서 사실상 통신 3사의 첨병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방통위의 트위치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 2022년 트위치가 한국에서 동영상 최대 화질을 제한한 이후에도 실태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이용자 이익저해 금지 행위에 대한 위배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겠단 취지였지만, 당시에도 망 사용료 논란이 번져 나갔음에도 이에 대해선 소극적인 대처만 취했단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엔 트위치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음에도 화질 제한 위법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다. 당시 방통위는 “트위치의 국내 시장 철수와 현행법상 위반 행위 조사는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누리꾼들은 “결국 시체 쑤시기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냈다. 정부기관이 오히려 국내시장 가치 저하에 일조하고 있단 힐난도 적지 않았다.

통신사 측의 거듭된 망언도 여론에 불을 지폈다. 윤상필 당시 KTOA 실장은 망 사용료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데 특히 20대, 30대 남성분들께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어서 심각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라는 언급을 내놨다. 이는즉 2030세대 남성들이 유튜브에 선동당해 통신사를 공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남초 커뮤니티는 물론 여초 커뮤니티까지 크게 불타올랐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세대 갈등과 성별 갈등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여초 커뮤니티에선 “여기서 성별이 왜 나오냐. 우리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우리도 이대남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2022년 10월엔 한 통신업계 관계자가 “사업성만 생각하면 넷플릭스에 대한 망 연결을 끊어야 하지만 국민 불편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 불편을 고려해 넷플릭스 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넷플릭스가 불법 사이트도 아닌데 멋대로 망 연결을 끊을 수 있단 발언을 내놓으면서 과기정통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대놓고 위반하겠단 의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로부터 시작된 이미지 악화에 각종 망언이 거미줄처럼 얽히면서 통신 3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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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극적 태도 견지하는 정부, 국회도 ‘신중’ 의견만

날카로운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넷플릭스, 구글 등 거대 공룡 앞에선 제대로 된 말도 못 하면서 트위치 등 윤곽이 보이는 이들만 잡아먹으려 든다는 공격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9월 SKT가 넷플릭스에 대한 망 사용료 소송을 취하하고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본격 출시하겠다 발표하고 나선 데 대한 비아냥에 가까운 의견이다. 이렇듯 망 사용료 분쟁이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면서 관련 논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 정부 관계자들은 망 사용료 논란에 거듭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망 사용료 문제에 빨리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여전히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은 정해진 바가 없다. 국회 또한 “이중 규제 부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명확한 해결책은 거의 제시하지 않으면서 원성만 샀다.

과도한 망 사용료 문제는 단순히 국내시장에 한정된 국지적 이슈가 아니다. 망 사용료 논란이 이어질 경우 콘텐츠 수출에 있어 국내 업계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리가 콘텐츠 수출국인가 수입국인가, 어떤 것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망 중립성 논란의 유불리는 달라진다”며 “넷플릭스와 구글 등에 추가로 접속료를 부과해 봐야 이것은 비즈니스 모델로 굳어져 추후 한국의 콘텐츠가 각국으로 뻗어나갈 때의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망 사용료가 오히려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관련 업계의 ‘퇴화’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트위치 철수 사태 이전부터 판도라TV, 엠군, 엠앤캐스트 등 망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한 군소 스트리밍 플랫폼은 있었다. 그러잖아도 네이버 외엔 업계에 진출한 기업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제재만 반복된다면 사실상 국내 산업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단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