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DT, 성추행 의혹 인사 ‘미워도 다시 한번’? 경영 악화 속 파묻힌 무신사의 ‘발버둥’
포스트 코로나에 무너지는 패션 업계, 무신사도 '위기일발' 거듭된 영업 손실에 '비상경영' 돌입, 취약점 노출은 '여전' 소비자 관심 축소 '가시화', 무신사 노력에도 "글쎄"
무신사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엘스엘디티(SLDT)가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던 직원을 승진 인사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인사의 도덕적 결함을 묻어가야 할 정도로 경영 여건이 악화했다는 방증이다. 수익성 악화 아래 경영적 취약점이 상당 부분 노출된 셈이다.
성추행 의혹 인사 다시 품은 SLDT
27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신사의 자회사 SLDT는 2년 전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던 A씨를 최근 파트장으로 승진 인사를 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직장 내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을 일삼아 징계를 받았다. 다수의 피해자가 A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내부고발을 했고, 이에 사측은 A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통상 정직 1개월은 중징계로 보지 않지만, 당시 피해 직원들은 사측이 가해자와 완전한 분리 조치를 약속했기 때문에 징계 수위에 대해 별다른 이의제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SLDT는 A씨를 다른 부서로 발령 내면서 분리 조치 약속은 지켰지만, 최근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시 한 공간에 같이 근무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솔드아웃은 가해자 A씨를 부서 파트장으로 승진까지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내부 고발자는 “정직 후 다른 부서로 발령 났을 뿐,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한 공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이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인 A씨가 최근 파트장으로 승진해 피해자들은 보복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 여건 ‘악화 일로’, 수익성도 ‘뚝뚝’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내 분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SLDT의 여건이 그만큼 악화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SLDT는 최근 적자를 거듭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재택근무와 대출이자 지원 등 직원 복지도 전면 폐지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SLDT는 지난 2022년 무신사 자회사 가운데 가장 큰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적자만 427억원(약 3,200만 달러)에 달한다. 제품 검수비용 증가와 낮은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자회사들의 부진도 심각하다. SLDT 외 무신사로지스틱스, 무신사파트너스, 어바웃블랭크앤코 등 자회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모회사인 무신사도 수익성 악화로 상당한 취약점이 노출한 상태다. 무신사의 지난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성장한 7,083억원(약 5억3,060만 달러)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2억원(약 240만 달러)으로 급락하며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 수수료 정책을 펼친 게 오히려 악수로 작용했단 평가다.
지난해 12월 무신사 측에서 직원들에 ‘억대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보도자료가 흩뿌려지기도 했으나, 실상 현금이 아닌 ‘주식’을 내어주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마저도 보여주기식 정도일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 상여금 지급 이후 주가 하락세가 가시화한 점도 악재다. 지난달 말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무신사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결국 억대 보너스 또한 명목상 1억가량이었을 뿐 실제 가치는 더 낮았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악화 일로를 걷는 무신사의 경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얼어붙은 무신사, ‘오프라인’으로 출구전략 세웠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에 따라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만큼 무신사 등 패션 업계의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되지 못한 의류는 곧장 악성 재고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신사가 택한 전략은 오프라인 판촉이다. 무신사는 지난 15일 ’24FW(가을‧겨울) 무신사 시즌 프리뷰’ 온‧오프라인 컨벤션 행사를 열고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시즌 프리뷰를 통해 고개들의 반응을 미리 살핌으로써 악성 재고를 막겠단 취지다. 시제품 제작 지원을 통한 브랜드 도전도 이끌 계획이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상품의 실제 생산을 지원하는 등 프리오더 시스템을 도입해 패션 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단 것이다.
다만 무신사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가장 문제로 꼽히는 건 해당 전략이 단기적 관점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전략의 골자는 패러다임 전반을 변혁함으로써 장기 전략을 짜겠단 것인데, 무신사 및 자회사들은 이미 핵심 인사의 도덕적 결함을 묵인해야 할 정도로 여건이 악화한 상태다. 투 트랙 전략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효과는 확인하기 힘들 수 있단 지적이다.
무신사에 대한 브랜드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온라인 대비 확산성이 낮은 오프라인 매장의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단 의견도 있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무신사의 PC·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21만9,000명으로, 작년 동기간(915만2,000명) 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사실상 전략의 의의를 찾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